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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빵꾸똥꾸'같은 심의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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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빵꾸똥꾸'같은 심의공화국

입력
2009.12.2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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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시청자들의 모방 가능성을 불러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양식 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아역 해리(진지희)가 종종 쓰는 '빵꾸똥꾸'라는 말에 권고 조치를 내린 이유다.

물론 어린이 정서 보호는 중요하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은 15세 관람가다. 단어에 대한 제재보다 부모의 TV 시청 교육이 더 필요하다. 또한 '지붕 뚫고 하이킥'은 해리의 아빠 보석(정보석)이 해리에게 '빵꾸똥꾸'를 쓰지 못하게 하는 에피소드도 방영했다. 이 작품에서 '빵꾸똥꾸'는 재미를 위한 유행어라기보다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의 일면을 보여주는 장치다.

해리가 '빵꾸똥꾸'를 말하지 못하면 '지붕 뚫고 하이킥'은 전체적인 맥락이 틀어진다. 작품의 맥락보다는 지엽적인 표현에 집중한 심의와 제재는 최근 방통심의위를 비롯한 정부 산하단체의 심의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애초에 일본에서는 성인들이 더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가 어른들에게 짱구가 대드는 모습 등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심의 대상에 올랐고, 오락 프로그램의 막말은 연일 도마 위에 오른다. 물론 그런 표현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것은 지엽적인 표현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철저한 관람 연령 등급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것은 맥락에 따라 용인돼야 할 것이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서 나오는 말들과 토론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언어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사람들이 고운말을 쓰고, 아이들이 어른에게 예의바른 것이 보기 좋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해리는 '빵꾸똥꾸'를 외치는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자기 집에 얹혀사는 신애(서신애)를 괴롭힌다. 그건 아이들 사이에서도 빈부에 따라 엄연히 신분이 갈리는 현실을 묘사하는 일종의 표현 장치가 된다.

마치 '심의 공화국'이라도 되는 양 무엇이든 심의를 하면 할수록 대중문화는 착하고 모범적인 척하게 되겠지만 현실과는 멀어진다. 방통심의위가 그런 세상을 바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다. 다만 우리는 지나친 심의로 인해 TV에서 아이가 어른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하는 것도 볼 수 없던 과거가 있었다는 건 기억해주길 바란다.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다. 그건 제도에 막혀 현실이 뒤틀린 것이었다. 그리고 2009년에는 '빵꾸똥꾸'를 '빵꾸똥꾸'라 부르는 것이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일이 됐다. 참 '빵꾸똥꾸'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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