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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뇌졸중 처방약 고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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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뇌졸중 처방약 고시 유감

입력
2009.12.2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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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인이 노새를 끌고 살짝 얼어붙은 강을 건너가고 있었다. 상인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미타불"을 외며 조심조심 한발한발 내디뎠다. 마침내 강을 무사히 건너온 상인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나 그때 갑자기 "윽" 하는 외마디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건너편에 자신의 짐을 실은 노새를 놓아두고 온 것. 상인은 너무 걱정스럽고 조심한 나머지 노새의 고삐를 놓고 혼자서만 건너오고 말았다. 이것은 도로무익(徒勞無益)의 유래 설화다. 노력했으나 결과는 처음과 같다, 아니 처음만 못하다는 뜻이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혈전치료제 사용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뇌졸중이 발병한 경우 더 이상의 재발을 막기 위한 2차 예방이 중요한데 무조건 가격이 비교적 싼 아스피린만 1차 약으로 사용하라는 내용이다. 신경과 의사로서 뇌경색이 재발해 반신불수나 식물인간이 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봐 왔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2, 3년만 지나면 뇌졸중 발생률이 증가하고 거기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당장의 의료비만 아끼려다가 결과적으로는 뇌졸중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국민의 의료비만 증가하는 꼴이 될 것이니 도로무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한신경과학회는 이에 대해 "뇌졸중 2차 예방에 아스피린만 1차 약으로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국내 뇌졸중 진료 지침에서도 뇌졸중의 2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보다 클로피도그렐, 아스피린 디피리다몰 복합제, 트리플루살 등 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뇌졸중 2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곳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신경과학회는 이번에 발표된 고시 개정안을 모두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한 번도 뇌경색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은 뇌경색의 발생 가능성이 낮으므로 효과도 낮더라도 가격이 싼 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한 번이라도 뇌경색이 발생한 사람은 뇌경색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격이 비싸더라도 효과가 높은 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뇌졸중은 암과 더불어 사망률 1, 2위를 다투는 질환이다. 당국도 신경을 써야 하는 병이란 얘기다. 그런데 이번 조치를 보면 이 질병의 엄중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도로무익의 설화를 되새겨야 할 때다.

김영인 대한신경과학회 보험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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