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전 '인사혁명'… 전 직위 공모 인사 단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전 '인사혁명'… 전 직위 공모 인사 단행

입력
2009.12.24 01:43
0 0

# 한전 경남본부에서 근무하던 조익순(52) 차장은 최근 e-메일을 열어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통상 처장이나 부장들이 임명되던 고성지점장에 전격 발탁된 것.

1978년 입사 후 현장만 지켜온 그는 2008년 사천지점 전력공급팀장으로 발령받자 배전 자동화와 전압 유지율 등의 전기품질 관리에 힘을 쏟아 올해 경영평가에서 본부 내 기술분야 전 지표 1위에 올랐다. 반면 올해 경영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낸 하위 20% 지점장 38명은 일반 부서장으로 사실상 강등 조치됐다.

# 서울에서 근무하는 김모(39) 차장은 사실상 3명의 자녀를 혼자 키운다. 14살, 10살, 5살인 자녀를 두고 있지만 남편이 3년전 대전으로 전근간 뒤로는 주말에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아플 때면 남편이 더 아쉽다. 그러나 앞으론 아이들이 아빠 얼굴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이번 공모 경쟁 인사에서 충남지역 근무지로 지원을 했는데, 회사에서 2자녀 이상의 다둥이 여직원에 대한 우대 조항을 신설함에 따라 중부건설단에서 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인 한전에 다니는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차장급이 지점장에 전격 발탁되는가 하면 지점장이 경영 성과가 안 좋다는 이유로 좌천되는 능력주의 인사 때문이다.

순환보직 및 연공서열 중심 인사에만 익숙했던 직원들은 예전에는 상상조차 힘들었던 성과와 경쟁에 의한 인사 시스템에 좌불안석이다.

최근 한전에서 차장급 이상 4,090개 전 직위에 대한 공개 경쟁 방식의 공모 인사가 단행됐다. 직위나 직급ㆍ지역 등에 상관없이 현 보직자 전원이 모든 직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원ㆍ경쟁토록 한 것. 한전 내부의 경쟁을 유발, 경쟁력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는 취지다.

사장이 공모 지원 결과 등을 바탕으로 1차 사업소장을 임명하면, 1차 사업소장이 다시 희망자중에서 소속 근무자를 선발하는 방식의 공모를 통한 완전 경쟁 방식의 인사가 진행됐다.

이를 통해 이번 인사에서 차장 9명이 지점장 직위에 임명됐다. 지금까지 지점장은 처장이나 부장들만 가는 자리였다. 특히 경영평가 하위 20%에 머문 지점장은 일반 부서장으로 좌천되는 일이 벌어졌다.

다자녀를 둔 여성 직원과 기술직에 대한 배려도 있었다. 출산장려 및 가족친화 경영 강화 차원에서 2명 이상 자녀(고교생 이하)를 둔 28명의 여성직원들을 희망 근무지에 우선 배치한 것. 사무직과 기술직, 건설직과 운영직끼리 교차 보직도 이뤄졌다. 실제로 기술직이 요금제도 담당 기획처나 인사처에 보직되고, 사무직이 기술정책 담당 기술기획처나 전력계통 담당 계통 기획실에 배치됐다.

물론 그림자도 있다. 경쟁에서 탈락한 68명은 어떤 보직도 받지 못했다. 이들은 6개월 과정의 교육과정 평가 후 업무복귀 또는 완전 퇴출이 결정된다. 상시 퇴출 프로그램이 도입된 것이다.

이번 인사는 올해 1월 김쌍수 한전 사장이 처장급 간부 직원 76%를 교체하는 사상 최대인사를 단행한 데 이은 후속 조치이다. 김 사장은 6월 승진 인사에도 3직급 직원 4,500명 중 무작위로 승진 심사위원들을 선정, 충격을 줬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승진 심사 전날 밤11시 심사위원으로 뽑힌 사실을 통보 받았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공기업에 덧씌워진 무사안일의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내부경쟁을 통해 효율을 창출하는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