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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식품안전 리포트] <3> 안전이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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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식품안전 리포트] <3> 안전이 경쟁력이다

입력
2009.12.2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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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에서 27년째 돼지를 키우고 있는 김헌민(67)씨는 요즘 싱글벙글이다.

무항생제 사료에 물까지 정수기로 걸러 먹이자, 돼지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육질이 높은 등급의 돼지를 많이 생산했다며 최근에는 축산물등급판정소에서 상까지 받는 덕에 납품 '러브콜'을 거절하는 것도 일이 됐을 정도다.

김씨가 올해 출하한 돼지는 약 5,000두. 이 중 87%가 육질 1등급 이상을 받았다. 전국 평균(74%)보다 13%포인트 높은 성적이다.

기본은 '안전'

김씨의 돼지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보다 품질이다. 하지만 품질이 경쟁력으로 이어진 것은 '안전한 먹거리'라는 전제조건과, 이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품질과 가격 등 상품의 가격 결정에 여러 요소들이 관여하지만 식품에 관한 한 '안전'은 기본조건이자 부가가치를 높이는 최대의 경쟁력이라는 이야기다.

김씨는 "항생제 문제가 대두되자 항생제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들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지 못해 판매에 고전했다"며 "2007년 위해요소중점관리(HACCP) 농장으로 지정 받으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HACCP은 최종 제품을 검사해 불합격품에 대해 시판을 제한하던 기존 위생관리 방식과는 달리, 사전적으로 위해 예방에 중점을 둔 선진형 위생관리 제도다. 축산농가 뿐 아니라, 먹거리와 관련된 사업장에는 모두 적용될 수 있다.

김씨는 HACCP 농장 지정을 계기로 '안전과 신뢰' 두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고 했다. 물론 HACCP 지정이 '공짜'는 아니다. 지정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작업환경이 청결해야 하고, 수질도 좋아야 하며, 이런저런 약품사용도 최소화해야 한다.

예컨대 김 씨도 ▦항생제 사료 대신 환경제제(미생물)를 따로 먹여 면역력을 강화시켰고 ▦정수기를 설치해 청색증(피부가 파래지는 병)을 일으키는 질산성 질소도 제거하는 등 적잖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하지만 김 씨는 "(HACCP지정을 위해) 여러 가지 수고를 했지만 결국엔 소득 증대로 보상받고 있다"며 "주변 축산농가들도 HACCP 농장 지정을 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식품은 윈-윈

안전한 식품의 생산은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득을 준다. 소비자에는 '안심'을 준다면, 생산자에는 '소득증대'을 안겨주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단국대 김호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실시한 '친환경농산물 인증업무의 효과분석'에 따르면 친환경 농산물의 소매가격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약 57.7% 비쌌지만, 유통마진은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농산물보다 전체적으로 2.4%(생활협동조합의 경우 9.4%) 낮았다.

유통업자들에게 돌아가던 몫이 생산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김 호 교수는 "소비자들은 친환경 농산물 소비를 통해 식탁안전에 대해 심리적 만족감을 크게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결국 생산자들에게도 금전적 보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효과가 확인됨에 따라 정부는 농장, 도축장, 가공공장 등 HACCP 적용 대상을 선별, 단계적으로 지정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식탁안전을 지키면서도, 농축산물 수입개방 시대를 맞아 축산농가의 경쟁력을 키우고 소득까지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10월 현재 전국에서 HACCP가 적용될 수 있는 곳은 총 6만5,000 곳. 하지만 현재 지정을 받은 곳은 2,200여 곳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HACCP 지정대상을 내년엔 3,500곳, 2012년에 7,000곳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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