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수(複數)국적을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다만, 해외 원정출산을 통해 외국국적을 취득한 게 명백한 이들은 복수국적 허용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지난달 입법예고 때에 비해 허용범위는 다소 축소됐다. 전면 허용 시 고의적인 원정출산 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사회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법무부는 22일 선천적 복수국적자나 우수인재 외국인 등에 한해 "국내에서 외국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할 경우 외국국적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국적을 보유ㆍ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복수국적 허용대상은 ▦한국인과 결혼한 배우자 ▦한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우수 외국인재 ▦해외입양된 한국계 외국인 ▦65세 이후 영주 귀국한 고령 동포 등이다. 특히 국익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 외국인은 국내 거주기간(일반적으로는 5년 이상)에 관계없이 귀화할 수 있도록 했다.
만 20세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만 22세 이전에, 만 20세 이후 복수국적을 취득한 경우는 2년 내에 서약을 하면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국적을 반드시 포기해야만 했다. 외국인과의 결혼, 부모의 외국국적 취득 등으로 외국국적을 자동 취득한 경우도 복수국적 취득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개정안은 원정출산이 명백한 경우는 남녀나 병역이행 여부를 불문하고 복수국적 허용대상에서 원천 배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회통념상 수긍할 만한 출국사유 없이 어머니가 자녀의 외국국적 취득 목적으로 출산 전에 출국했는지가 기준이 될 것"이라며 "세부기준은 향후 하위 법령을 통해 상세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입법예고 당시에는 화교 등 국내에 장기 거주한 외국인의 복수국적도 허용키로 했으나,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는 이유로 일단 유보됐다. 22세 전까지 서약을 해야 하는 여성과 달리 복수국적 상태로 병역을 이행한 남성에 대해선 국적선택 시한을 두지 않아 '차별'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 병역이행자도 병역의무 해소 후 2년까지 서약을 해야 하는 쪽으로 수정됐다.
복수국적자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 법무부는 "국내법 적용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만 처우하며, 관계법령상 외국국적 보유 상태로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분야에 종사하려면 외국국적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한 방지책도 마련됐다. 복수국적자가 서약의 취지에 위배된 행위를 한 경우 법무부 장관은 '국적선택명령'을 내리며, 6개월 내에 외국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국적을 상실하게 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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