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예측불허라는 표현이 걸맞다. 지난해 각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내놓았던 신차구입 보조정책이 속속 종료되지만,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지는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고성장과 구매력이 있을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업체간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도 결국 소형차가 위주인 신흥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성사된 것이다.
따라서 현대ㆍ기아차가 세계 자동차 산업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흥시장에 맞는 소형차 및 저가차를 성공적으로 내놓고 마케팅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다.
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플랫폼 공유 등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친환경 차 개발에 더 많은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 환경 바뀐다.
세계 경기 침체를 맞은 각국 정부는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자, 지난해부터 일제히 신차구입 보조금 지원정책을 취했다. 나라마다 조금씩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신차를 구입할 경우 현금 혹은 세제지원을 하는 형태다.
자동차 산업이 기간 산업일 뿐 아니라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였다. 그러나 미국, 브라질, 독일 등은 이미 이런 지원정책을 중단했다. 각종 부양 정책을 남발한 탓에 각 정부의 재정이 악화한 탓이다. 중국도 당초 올해까지만 실시하려고 했으나 세금 인하폭을 10%->5%에서 10%->7.5%로 낮춰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따라서 올해 신차구입시 보조금지원 정책으로 미국, 중국 등에서 재미를 톡톡히 보았던 현대ㆍ기아차는 마케팅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세계 경기 회복 여부를 지켜보면서 나라별로 맞춤형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올해 몸집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한 선진업체와의 경쟁에서 선전을 장담할 수 없다.
세계1위 업체 도요타는 벌써 올해 일본내 생산량을 감축하고 인원도 7,000명 가까이 감원했다. 덕분에 살인적인 엔고 상황에서도 지난 3분기 218억엔(약2,8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3분기 연속 적자에서 탈출한 것이다. 도요타는 자신감을 회복, 내년에 북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스페인과 슬로바키아 공장 조업을 중단하고 비정규직 8,000명을 감원했다. 이런 가운데 소형차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9일 일본 스즈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밖에 닛산도 정규직 4,000명을 포함 2만명을 감원할 예정이고 혼다도 4,000여명을 감원했다. GM 등 미국 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선진 업체가 체력을 강화했다.
승부는 신흥국, 소형차
GM은 뒤늦게 글로벌 기지에서 소형차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인도에서는 상하이차와 소형차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했고, 브라질에서는 10억3,000만달러를 투입해 소형차 생산라인을 확장, 현지 생산능력을 36만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포드도 중국에는 제 3공장 신설을 통해 현지 생산능력을 6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인도에 5억달러를 투자해 첸나이공장 생산능력을 연간 20만대로 확충해 글로벌 소형차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
폴크스바겐은 인도 내수 50%를 자랑하는 스즈키와 기술 제휴, 인도 시장을 거머 쥐는 동시에 스즈키의 소형차 제조 기술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 일본 업체들은 브라질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도요타는 현지 공장 증설을 통해 현재 3%에 불과한 브라질시장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2011년에는 현지형 모델도 생산할 계획이다.
혼다도 소형차를 지난 7월에 출시하고 연간 1만7,000대 판매목표를 설정했다. 닛산도 저가 소형차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현대ㆍ기아차는 내년 브라질 공장을 착공, 후발 주자로서 경쟁에 뛰어들 계획이다.
가까운 미래 초저가, 친환경차 개발
소형차 개발 전쟁은 이미 1만달러 이하 저가차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GM은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4,000달러 이하 초저가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도요타는 인도, 브라질, 중국, 태국 등에서 8,000달러대 저가차를 연간 50만대 규모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5,000달러대 초저가차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에 따라 설계, 부품, 물류 등 각 분야에 걸쳐 향후 3년간 30%의 원가절감에 나서기로 했다.
폴크스바겐은 6,200달러 수준의 저가차를 인도에서 생산해 연간 5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는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목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저가차 연구개발을 계속 하고 聆만? 가격과 비용을 낮추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힌다 있다.
미래 친환경차를 놓고 클린 디젤과 하이브리드 차량, 전기차 간의 주력 다툼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유럽업체는 클린 디젤, 일본차는 하이브리드 개발에 무게 중심을 두었으나 최근의 합종연횡으로 별의미가 없어졌다.
따라서 현대ㆍ기아차는 한가지 기술에 올인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친환경 디젤과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대한 연구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 '낙오'를 면할 수 있다.
결국 현대ㆍ기아차가 내년 세계 시장에서 올해와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플랫폼 공유 확대를 통한 기존 라인의 생산성 향상, 저가 소형차 생산을 통한 신흥시장 공략 그리고 미래친환경 차량에 연구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현대ㆍ기아차의 연구개발비는 12억5,000만유로(2조250억원)로 도요타의 6분의1 수준이다.
그러나 오히려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ㆍ기아차가 올해 성적에 도취된다면 미국의 빅3 몰락이 남의 이야기가 되지만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소형차 부문에서 경험과 기술력이 충분히 갖고 있어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별로 유연하게 대응한다면 오히려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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