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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리포트] "오바마가 배신" 성난 美 진보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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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리포트] "오바마가 배신" 성난 美 진보세력

입력
2009.12.2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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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보세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개혁 공약들이 지켜지지 않거나 현실정치의 제약을 이유로 계속 늦춰지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의구심을 보내는 진보세력은 집권 1년에 즈음해 노조, 동성애자, 자유주의자, 히스패닉, 반전그룹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성'이 의심받는 사례는 많다. 상원 민주당이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대한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종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퍼블릭 옵션(공공보험)'을 삭제하고,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확대를 백지화한 것이 우선 논란의 대상이다.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리처드 트럼카 사무총장은 "(상원 안은) 부적절하며 지나치게 업계 이익을 반영한 것"이라고 비난한다.

한 진보단체는 민주당이 메디케어 확대를 무산시킨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무소속)의 국토안보위원장직을 박탈하지 않을 경우 실력행사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진보세력들은 오바마 당선에 '공적'이 없는 람 이매뉴얼 하원의원을 비서실장에 발탁한 것은 개혁공약 추진보다는 의회와의 타협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백악관의 '탈색'을 문제 삼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 증파와 관타나모 수감자의 미국 내 이감도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을 안전하게 하지 않는 무의미한 전쟁에 더 이상 피를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또 관타나모 수감자의 미국 이감은 쿠바내 반인권적 수감시설을 미국으로 고스란히 옮겨오는 것일 뿐 공약사항인 '폐쇄'와는 동떨어진 조치라고 본다.

이밖에 히스패닉은 이민법 개혁이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며, 흑인단체들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흑인들에 지나치게 무관심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동성애자들은 뉴질랜드 대사에 동성애자를 임명한 것 외에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들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고 따지고 있다.

진보세력과 오바마 대통령 간의 '신뢰의 균열'은 내년 중간선거와 2012년 대선의 판세가 반 민주당 정서로 흐르게 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인 진보세력의 기록적인 투표 참여가 실종되고, 이는 고스란히 공화당의 반사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도 보수세력이 자중지란을 일으켜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1992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보수권의 실망으로 극우논객인 팻 뷰캐넌이 당내 경선출마를 감행하고, 이는 결국 빌 클린턴의 당선을 돕는 이적행위로 작용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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