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때를 놓치고 느지막이 찾아간 식당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두 개 남은 자리도 찬바람 들이치는 문간일 때가 많다. 송년회 시즌이니 어쩔 수 없었다. 자리도 자리지만 단체 손님들에게 음식이 다 돌아갈 때까지 주문한 음식을 기다려야 한다. 그 시간 이미 사람들은 취해 있다. 술잔을 돌리고 위하여! 건배! 고함을 칠 때마다 식당이 들썩거린다. 어제도 여덟시가 넘어서야 저녁을 먹었다.
동네 작은 식당인데도 남아 있는 자리는 하나, 슬쩍 둘러보니 식당에 앉아 있는 이들이 죄다 남자들이다.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일까? 좀 젊어보이는 이들의 군기도 바짝 들었다. 엇비슷한 양복 때문에 슬쩍 보아선 분간이 안 가는 남자들 중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튀었다. 그의 말투 때문이었다. 그는 후배들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누군가 난 당신의 새끼가 아닙니다, 라고 할 만도 한데 다들 고분고분한 이유를 나중에 알았다.
다들 그를 이사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밖에 나갔다 들어왔다. 상사 중에 비흡연자가 있는 듯했다. 누군가 일어서서 말했다. 지난 한 해 어려운 시기였지만 잘 헤쳐나왔노라고, 그는 조금 울먹거렸다. 그때 그 도드라진 목소리가 또 소리쳤다. "이 새끼야, 그만해!" 동시에 박수가 터졌다. 찌개를 떠먹다가 남의 송년회에 끼어 무슨 짓인가 싶었다. 이게 몇 번째 송년회더라, 이렇게 다른 송년회에 끼어 한 송년회만 대여섯 번 되는 듯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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