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의 하이닉스반도체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유현승(30) 주임연구원의 휴대폰 벨이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울린다. 취업 노하우를 전수 받으려는 후배들로부터 걸려오는 상담 전화 때문이다.
그는 모교에서 장학금과 생활보조금까지 제공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 이수(2006년2월)를 통해 당당히 대기업 입사에 성공했다.
유 연구원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동안, 회사 업무와 현장 경험을 미리 해 본 덕분에 입사 초기 다른 동료들에 비해 회사 적응도 순조로웠고 주어진 업무에 대한 숙련도도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기술(IT)ㆍ전자 업계의 산학협력이 안정된 일자리 창출의 비상구로 각광받고 있다.
기업들에겐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준비된 우수 인력 확보를, 예비 사원인 대학생들에게도 전문인력으로서 보장된 취업 기회를 제공하며 상호 모두에게 '윈-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지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 일자리 확보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각 기업들의 산학협력은 구직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산학협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대표 기업은 하이닉스반도체(이하 하이닉스). 맞춤형 반도체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1996년 카이스트에 반도체공학프로그램 개설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 4년제 대학 13개교 및 2년제 대학 3개교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이닉스는 올해에도 이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120여명을 채용했다. 지난 해부터 서울대에서 전기 및 재료공학, 물리학, 화학생물공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공학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엔 2007년부터 메모리리서치센터 과정을 만들어 우수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각 대학들과 손잡고 우수 인력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맞춤형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인 '삼성전자 트랙' 하에 성균관대와 아주대, 경북대 등 전국 14개 대학과 함께 디지털 분야 진출에 필요한 기술 및 교과과정을 선정하고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 트랙에 포함된 교과과정 이수자들에겐 삼성전자 입사시 혜택이 주어지며 4학년 재학 중 학부 장학생으로 뽑힌 학생들은 매월 장학금(100만원)도 지급된다.
졸업생 전원 취업을 전제로, 삼성전자가 2008년 고려대 대학원에 신설한 모바일 솔루션 학과 졸업생(석사 20명, 박사 8명)은 모두 휴대폰 연구 개발 인력으로 채용됐다.
2002년 동서울대학과 함께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가동한 LG전자도 동양공전과 마산대학 등을 포함해 전국 15개 대학과 제휴를 맺고 우수 인력 발굴에 동참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도 맞춤형 인력 양성 사업이 활발하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예산 지원 아래, 경원대는 게임프로젝트 트랙을 개설하고 내년도 편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전액 등록금이 제공되고 각 기업에 100% 취업을 연계시켜 주는 게 특징으로, 이 트랙에는 컴투스와 에이씨엔터테인먼크 등 35개사의 국내 게임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경원대는 산ㆍ학ㆍ관 협력 모델로 출발한 이 트랙을 발판으로 20011년엔 게임학과 신설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NHN과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등도 각 대학 캠퍼스에 전문과정을 신설하고 입사시 가산점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산학협력을 보다 더 활성화 시키기 위해선 참여 기업 확대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형진 성균관대 휴대폰학과 교수 겸 한국통신학회장은 "현재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산학협력 활동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중소기업까지 포함해서 운영돼야 한다"며 "산학협력 활동의 저변을 확대시키기 위해선 지금 보다 더 체계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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