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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 이대로는 안된다] <1> 허울뿐인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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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 이대로는 안된다] <1> 허울뿐인 이사회

입력
2009.12.2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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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농구는 내우외환이다. 안으로는 한국농구 최고기구인 한국농구연맹(KBL)과 대한농구협회(KBA), 대학농구연맹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간다. 밖으로는 국제경쟁력 약화로 아시아에서마저 3류로 전락했다. 위기의 한국농구를 총체적으로 진단한다.

KBL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다. 이사회는 전육 총재, 김동광 경기이사와 함께 10개 구단 단장들로 이뤄졌다. 이사회에서 나온 정책과 방침에 따라 한국농구가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7년 출범한 KBL은 2000년대 들어 10개 구단 단장들에게 업무추진비(판공비)를 지원하고 있다. KBL은 지난 7월부터는 판공비를 1인당 월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인상했다. 1년에 10개 구단 단장들에게 지급되는 판공비만도 총 3억6,000만원. 연맹의 판공비 지원은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축구협회(KFA), 프로배구연맹(KOVO),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등 다른 단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KBL만의 독특한 제도다.

KBL이 단장들에게 판공비를 지급하는 명분은 수익에 따른 구단운영비 지원 차원이다. 이사회의 구조적 모순도 여기서 비롯된다. KBL에서 판공비를 받는 단장들로서는 이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KBL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안들이 이사회에서 별 '저항' 없이 통과되는 것도 판공비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와 관련, A구단 관계자는 22일 "10개 구단 단장들은 하나같이 모기업에서 이사 이상의 고위직이다. 당연히 모기업에서 직급에 따른 판공비를 받는다. 굳이 KBL에서 판공비를 받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일부 구단들은 "현재 KBL에서 지급하고 있는 단장 판공비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수 1명을 더 선발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KBL 규약상 신인선수의 최저연봉은 3,500만원, 공교롭게도 KBL이 단장 1명에게 지급하는 판공비(1년 3,600만원)와 비슷하다.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시된 총 12차례 드래프트에서 '평균 취업률'은 70.5%. 하지만 각 구단이 선수 1명을 더 뽑을 경우 취업률은 80%대로 올라갈 뿐 아니라 대한농구연맹과의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일부 구단들의 주장이다. 대학농구연맹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KBL의 신인 드래프트 비공개 방침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농구인 B씨는 "이사회가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만 움직인다면 농구발전은 남의 얘기"라며 "감시, 견제 기능을 상실한 이사회라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고 꼬집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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