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다리고 술장술 가자니 / 밤잠을 못 자서 고생이 되고 / 총각을 다리고 뺑소닐 대자니 / 나이 많은 잡년이 실없어지누나."
자진모리 장단에 '사설 난봉가' 가락을 얹으니 김용우(41)의 어깻짓이 절로 나온다. 대학 시절부터 방방곡곡을 다니며 민요 채집하던 내공이 힘을 발한다.
정악과 민속음악에서 출발한 두 가객이 노래 모음집을 냈다. 소리꾼 장사익(60)이 발표한 실황 음반 '따뜻한 봄날 꽃구경'(LOEN)에 화답하듯 김용우는 민요집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를 발표했다(숨).
모두 네 곡을 담은 김용우의 음반은 다채로운 반주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 중창 등 서양적 어법에 해금, 장구 등 한국적 선율이 댓구를 이룬다.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 다섯 가지 아리랑을 엮은'아리랑 연곡'은 그간의 음악적 활동을 정리해 보려는 이번 음반의 의도를 잘 드러낸다.
'창부타령'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타이틀 곡은 후렴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자 좋아"의 반복이 묘미다. '뱃노래'는 노동의 시름을 달래주는 노래로 후렴의 다양한 변주가 특징이다.
김용우는 "그동안 악단의 반주를 전제로 한 퓨전 작업에 치중한 것 같다"며 "이제 장구나 피아노 한 대의 반주로만 부르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세종문화회관대극장 공연 실황을 두 장의 음반으로 만든 '따뜻한 봄날 꽃구경'은 우리 시대에 더 밀접해 있다. 전자기타와 드럼 반주에 록 가수 뺨치는 샤우팅 창법까지 등장하니 객석은 록 공연장을 무색케 하는 함성으로 화답한다.
장사익의 15년 노래 세월의 총정리다. '대전 블루스'나 '봄날은 간다'에서는 귀곡성을 방불케 하더니, '님은 먼 곳에' 때는 국악적 선율을 벗어난 반음계적 시도에 청중이 살짝 긴장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