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입시 개선안으로 참 기발한 발상이 나왔다. 지원서류에 사교육 경험 유무를 의무적으로 적도록 하는 방안이다. 2011년부터 신입생 전형에 입학사정관들을 참여시키는 '자기주도형 학습전형'을 실시하면서 지원서류에 이를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을 입시에서 우대하겠다는 의도다. 어떻게든 사교육을 줄여보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노력이 가히 안쓰러울 정도다.
그러나 이 방안은 교육부의 인식과 정책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 수준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른 교육부 정책들도 그 결정과정이나 현실 적합성이 이런 정도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미 여러 곳에서 비판했듯 이 방안은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강요하게 된다는 점에서 지극히 반교육적이다. 사교육 경험 유무를 가릴 검증수단이 별달리 있을 리 만무한 상황에서, 어느 누가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한 사실을 곧이곧대로 기재할 것인가.
거듭 확인하게 되는 것은 외고 개혁안의 잘못된 방향이다. 이런 방안까지 논의되는 것을 보면 외고 개혁안이 눈앞의 사교육 잡기에 집중된 근시안적 정책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누누이 지적하지만 사교육 자체를 겨냥한 사교육 경감대책이란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은 과거의 숱한 시행착오가 보여주는 바다. 단언컨대, 의욕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시사정관제 역시 또 다른 사교육, 그것도 고가의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지금처럼 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외고를 가려는 그 진학동기 자체를 줄이고, 일반 공교육의 질을 높이지 않는 한 어떤 사교육 대책도 성공할 수 없다.
줄기는 놓아둔 채 대증적 방안에만 집착해 자꾸 가지를 내다보면 끝내는 괴물같은 형체가 되고 만다. 지금 외고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외고의 원 줄기는 국내 대학진학이 주 목표가 아닌, 외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특수목적고교다. 의지와 재능을 가진 소수의 인재를 대상으로 이 목적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수월성 교육이다. 외고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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