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충무로의 최강자는 '해운대'였다. 2006년 '괴물'에 이어 3년 만에 '관객 1,000만 클럽'에 가입했다. 관객수가 영화의 진정한 가치를 보증하진 않지만 그래도 덩치 만으로 따지면 '해운대'를 따라잡을 영화가 없다. 들인 돈과 번 돈을 따져도 '해운대'가 1인자일까. 수익률을 돋보기 삼아 올해 충무로의 흥행전선을 다시 들여다봤다.
최고 알짜 장사꾼은 '워낭소리'
올해 11월까지 개봉한 관객 순위 20위 안의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의 장사꾼은 독립영화 '워낭소리'였다. 총제작비(마케팅비 등 포함한 제작비)는 '달랑' 2억원(순제작비 1억원)이었으나 무려 190억원(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벌었다. 들인 돈의 95배나 되는 수입을 올렸는데 충무로 역사상 최고의 수익률로 추정된다. 극장이 영화관람료 수입의 50%를 가져가는 영화계 관례에 따르면 '워낭소리'의 순수입은 93억원에 이른다. '워낭소리'의 관객은 292만명으로 영화 20편 중 7위였다.
흥행 왕자 '해운대'가 '워낭소리'의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150억원의 제작비로 80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539%의 수익률로 아주 실하게 실속을 챙겼다. 지난해 최고 제작비(200억원)로 최고 관객(703만명)을 기록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총제작비 200억원)의 수익률이 229%에 그쳐 빈 수레만 요란했던 점과 대비된다.
3위는 흥행 2인자 '국가대표'가 차지했다. 제작비(120억원)의 5배가 넘는 돈(601억원)을 벌어 역시나 외형과 실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7급 공무원'(404만명)도 수익률 440%로 돈을 많이 남기며 소문난 잔치를 벌였다.
189만 관객이 관람한 '애자'는 '워낭소리' 다음가는 알짜 장사꾼으로 꼽힐 만하다. 38억원의 총제작비로 13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관객 순위는 12위에 불과했지만 수익률은 당당히 5위에 올랐다.
'쌍화점' '마린보이' 등은 외화내빈
올해 '빛 좋은 개살구' 격의 영화로는 '쌍화점'을 들 수 있다. 관객이 많이 들어 매출액은 높았지만 정작 많은 돈을 손에 쥐지 못했다. 374만명이 봐 흥행 순위 4위에 올랐고, 253억원의 돈을 벌었다. 그러나 총제작비가 104억원이나 들어 수익률은 243%에 불과, 12위에 머물렀다. 극장에 매출의 절반을 떼주면 남는 돈은 22억원 남짓. 2억원을 지렛대 삼은 '워낭소리' 순수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쌍화점'은 돈을 남겨 그나마 다행이지만,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흥행전선에서 참패한 영화도 적지 않다. 101%의 수익률을 올린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대표적이다. 166만명이 관람한 이 영화의 제작비는 120억원. 매출액이 122억원에 그쳐 극장 몫을 제하면 59억원 가량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9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138%의 수익률을 낸 '차우' 도 28억원 적자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91%의 수익률을 올린 '마린보이'도 장사를 잘못한 영화의 대표주자가 됐다. 총제작비 60억원으로 55억원을 벌었다. 역시나 33억원 가량을 날렸다. '유감스러운 도시'와 '인사동 스캔들'도 각각 177%, 141%의 낮은 수익률로 흥행전선에서 쓴맛을 봐야 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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