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를 위한 돌파구가 좀처럼 마련되지 않자 한나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연내에는 반드시 처리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투 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하되 안 될 경우 단독처리 수순도 준비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야당과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1일 "이번 주 내내 여러 채널로 대화를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으로서는 예산안을 단독처리 하는 데 따른 부담감이 너무 크다.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타협 가능성은 열어두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단독처리 상황도 대비하고 있다. 파국에 대비한 '최후의 카드'도 준비하는 것이다. 원내 고위 당직자는 이날 "연말을 넘길 순 없다. 끝내 합의가 안되면 그냥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다음 주 초까지도 타협될 기미가 없다면 결국 30일 또는 31일 본회의에서 단독처리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단독처리 방식도 이미 거론된다. 하나는 여당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수정안을 예결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뒤 본회의로 넘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정부 원안을 직권상정한 뒤 여당의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해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을 경우엔 예결위, 본회의에서 야당과 두 번 부딪치더라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취지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향해 예결위 점거를 풀고 예산 심의에 참여할 것을 거듭 압박하는 동시에 자체 수정안 마련에 나선 것은 단독 처리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안 원내대표가 이날 "민주당의 예결위 점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금년 내에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예산부수 법안을 마무리짓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막판 타협 가능성은 열어놓되 정면충돌을 대비한 명분도 쌓으려는 것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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