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65) 전 국무총리와 곽영욱(69ㆍ구속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의 오찬모임에 동석한 강동석(71ㆍ사진) 전 건설교통부 장관(현 여수엑스포 조직위원장)은 21일 "그 자리에서 (곽 전 사장의) 공기업 사장 선임과 관련한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 12월 20일 오찬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총리실 연락을 받고 총리공관에 갔으며,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 곽 전 사장이 먼저 와 있어 함께 식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전 총리의 유럽순방 경험담을 주된 화제로 얘기했고, 곽 전 사장의 취직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오찬 모임을 '인사 청탁' 성격으로 보는 검찰 시각과는 상반되는 주장인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검찰은 문제의 오찬 시점을 2006년 가을께로 알았다던데.
"곽 전 사장이 그리 진술한 것 같다. 검찰도 처음엔 그렇게 물어왔다. 당시 일정을 적은 내 수첩을 찾아 봤더니 오찬은 12월 20일로 돼 있더라. 검찰에 그리 말해 줘서 시점이 2006년 12월 20일로 특정된 것 같다."(*검찰은 당시 총리 공관 출입기록을 확보하지 못했음.)
-오찬의 성격이 무엇이었나.
"처음엔 총리실에서 연락이 왔길래 단순히 전직 장관들 모임인가보다 생각했다. 막상 가보니 정 대표와 곽 전 사장이 있었다."
-오찬 모임에 누구누구가 있었나.
"정 대표, 곽 전 사장 외에는 기억에 없다.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해 딱 4명이었던 것 같다. 당시 정 대표는 산자부 장관이었고, 곽 전 사장은 대한통운 사장에서 물러난 지 1년 이상 됐을 때다."
-어떤 얘기가 오갔나.
"검찰은 곽 전 사장의 취직 얘기를 나누지 않았냐고 질문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전혀 하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검찰에도 그렇게 답했다. 물론 곽 전 사장이 야인 시절이라 덕담이 오갔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나이 70인 곽 전 사장이 어떻게 인사 청탁을 했겠나."(*당시 곽 전 사장은 대한석탄공사 사장 자리에 응모한 상태였음.)
-정 대표도 곽 전 사장의 인사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나.
"당연히 안 했다. 그런 말을 할 분위기 자체가 아니었다."
-식사 뒤 어떤 순서로 총리 공관을 떠났나.
"검찰도 그 부분을 물었다. 정 대표는 현직 장관이니 내가 '먼저 나가시라'고 권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연장자인 내게 양보해, 내가 먼저 나가고 그 다음에 정 대표, 곽 전 사장 순서로 떠났던 것 같다."
-한 전 총리와의 친분은.
"내가 건교부 장관 시절 한 전 총리는 환경부 장관이었다. 국무회의 때 서로 옆자리에 앉았는데, 메모지도 안 들고 와서 발표를 술술 잘 했다. 참 똑똑한 분이구나 싶었고, 이후 인품도 참 훌륭하신걸 알게 됐다."
-곽 전 사장과의 관계는.
"내가 전주고 1년 선배인데 친분이 그리 깊지는 않다. 그날 오찬 모임 이후 한두 번 연락이 와 식사를 했다. 하지만, 곽 전 사장이 서초동으로 이사를 한 뒤로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심경은 어떠신가.
"참 가슴이 아프다. 예전에 사석에서 한 전 총리에게 시중에 서울시장 출마 얘기가 있어 물었더니 '돈이 있어야 나가죠'라고 하셨다. 총리 퇴임 후에 가끔 점심을 함께 했는데, 그때마다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에 오는 모습을 보고 청빈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남편 분이 하는 책방에 가보고는 감동이 밀려왔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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