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만 해도 개봉영화는 주말에 상영되는 것이 영화계의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조금씩 이런 룰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상영하는 것이 기본이 돼버렸습니다. 영화사의 이런 전략에는 입소문을 통해 손님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한편 타업체와의 경쟁에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국내 유명 놀이공원에는 이미 11월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한때는 때이른 이벤트다, 상술이 지나치다라는 비난도 쇄도했지만, 이제는 성급한 마케팅이 트렌드로 자리잡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장선점 전략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곳이 유통업계가 아닌 가 싶습니다. 국내 최대규모의 책가방 생산업체이기도 한 모 의류회사 마케팅팀은 요즘 너무도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겨울방학도 하기 전인 11월부터 내년 3월 신학기 책가방 출시를 위한 홍보판촉행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방학 중이나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에나 시작되던 책가방 마케팅활동이 이처럼 빨라진 것은 그만큼 책가방 시장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책가방은 필수이기 때문이죠.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아동의 수는 46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고학년이 되는 4학년이면 체형이 커지고 취향도 달라지기 때문에 새 책가방을 구입하는 시기가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이런저런 이유를 더하면 한 해에 100만개 가량의 책가방이 판매되며, 이중 대부분이 신학기를 즈음해 소진된다고 합니다.
업계에서 책가방 판매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세대당 자녀수가 줄면서 내 아이가 쓸 제품만은 최고급을 사주자는 부모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죠. 이러다 보니 책가방 가격이 10만원대를 훌쩍 넘기는 제품도 한둘이 아닙니다.
업계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책가방 무게를 줄이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고 이를 위해 고급 재료를 쓸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시중에는 400g대의 초경량 책가방이 출시되는가 하면, 체형을 잡아주고 항균 기능을 갖춘 멜빵을 적용한 제품도 있다고 합니다.
어린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업계의 해명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왕이면 부모들의 어깨도 무겁지 않도록 하는 배려까지 기대한다면 너무 지나친 바람일까요.
한창만 산업부차장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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