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예산 전쟁'에서 민주당의 대응 기류가 급속히 강경으로 기울고 있다. 여권이 전날 당정청 회동에서 '대통령+여야 대표'의' 3자 회동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대화와 투쟁'의 투트랙 전략도 점차 퇴조하는 분위기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예결위 점거는 협상용"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여권이 4대강 사업 예산에 대해 전향적으로 삭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면 언제든지 점거를 풀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였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3자 회동을 제안하자 곧바로 대화에 응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하지만 3자 회동이 어렵게 된 지금은 '퇴로까지 막힌 상황'이라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여권이 4대강 예산을 한 푼도 깎을 수 없다는 자세로 나온다면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적 우세인 여당을 저지하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예결위에서의 단독 처리를 방관하진 않겠다는 의미이다.
내부적으로 강경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20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4대강 사업은 삭감 대상이 아니고 원칙적으로 반대의 대상이며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있기 전에는 계수조정소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예산 투쟁' 원칙에 동의한 것은 이런 기류의 반영이다. 당 관계자는 "예산을 몇 푼 깎는 것보다 국민이 반대하는 사업에 대해 끝까지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다만 예산 투쟁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치는 데 대한 부담도 갖고 있다. 29~31일 본회의를 개최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21일 합의해준 것은 민생법안의 통과까지 막으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예산안 합의해주려고 본회의 열겠다는 게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