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소속이 아닌 '블로거 기자'가 시위현장에서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집시법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시민기자 신모(38ㆍ회사원)씨에 대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 시위 참가자들이 마스크나 모자를 착용한 데 비해 피고인은 얼굴을 드러낸 채 카메라로 시위현장을 찍거나 시위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 점, 피고인이 이전에도 '블로거뉴스'에 기사를 작성한 점 등을 볼 때 취재의 목적으로 시위현장에 갔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신씨가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시법 조문상 시위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거주자의 의사를 거슬러 무리하게 주거ㆍ건조물 내로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를 구성한다"며 신씨의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인터넷포털 다음의 '블로거뉴스'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던 신씨는 지난해 4월 민주노총이 재능교육의 부당해고에 항의해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정문에서 개최한 집회 현장에서 사유지를 무단 침입하고 경찰의 여섯 차례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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