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음식을 믿고 먹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특권이다.
지난해 광우병 사태를 겪고 난 후 먹거리와 관련해 많은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지만, 소비자들은 아직도 적잖은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연 우리 소비자들의 식탁은 얼마나 안전해졌는지, 그리고 안전한 먹거리 관리를 위해선 어떤 개선책이 필요한지 점검해 본다.
주부 강진숙(49ㆍ서울 양천구)씨는 얼마 전 인근 대형 마트에 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매번 이용하던 한우 전문매장과 친환경 농산물코너에서는 10만원으로 바구니를 채우기 힘들었는데, 수입축산물 매장과 일반 농산물 코너에서는 넉넉히 사고도 돈이 남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그 동안 막연한 불안감에 수입산과 일반농산물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가격 차이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며 "무조건 비싼 농산물 사지 않고 앞으론 가격 대비 효용을 꼼꼼히 따져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요즘 상당수 소비자들은 농축수산물과 식품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과 오해를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불신은 불안을 조장하고, 이것이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져 비용만 높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 사이에게 여전히 팽배해 있는 불신을 제거하는 게 '식탁 안전'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지적한다.
안전은 과학이다
정부가 최근 실시한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는 먹거리에 대한 국민 불안의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광우병과 각종 식품안전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광우병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답했지만 '광우병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은 34%에 그쳤다.
또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나 소를 원료로 한 사료를 먹인 소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26%에 불과했다. 높은 관심에 비해 지식과 정보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잘 모르면 불안해지는 법. 올해 초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안전 관련 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7명(69%)이 '가장 불안한 요소'로 먹거리를 꼽았다. 이는 교통사고나 국가안보에 대한 불안감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수입 농산물의 농약 오염에 대한 불신(87%)이 상당히 높았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 수준의 검역과 검사, 관리를 통해 통제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불안은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식품의 안전 여부는 국민 정서가 아니라 과학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불안이 비용만 키운다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와 과도한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무조건 비싼 것, 무조건 최상품만 찾는 소비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친환경ㆍ유기농제품의 급성장이 단적인 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친환경 농산물시장 규모는 3조7,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에 비해 무려 17.2%나 증가한 것이다. 앞으로도 매년 20% 안팎 성장해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7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일반 농축수산물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이 친환경ㆍ유기농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는 가장 큰 이유"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식탁 안전의식에도 빈부 격차는 확연하다. 정부 관계자는 "꼭 친환경, 유기농 제품이 아니라 해도 얼마든 안전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식탁은 불안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재수입 과정이 사회적 논란이 됐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우리는 역사상 가장 안전한 음식을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불안해한 적은 없었다"며 "막연한 불신은 국내 식품산업의 발전과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걷어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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