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을 향한 청와대의 개혁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
예산을 비롯해 무기 도입, 납품 등 국방 전반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는 익히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군을 옥죄는 강도가 한층 거세지는 모양새다.
국방부 산하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1일 국방부 청사에서 첫 회의를 갖고 활동에 들어갔다.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국방대와 일반 대학의 교수 등 15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이날 향후 활동 방향 등을 협의했다.
일단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해 온 획득체계 개선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분야를 원점에서 점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국방개혁기본계획(국방개혁2020)에 대한 전면 수정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군 개혁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는 여러 면에서 확인된다. 위원회에는 군 관계자가 전면 배제되고 민간 전문가만 참여했다. 또한 당초 위원회는 국방부 산하가 아닌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예정이었다. 군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불신이 근거 없는 소문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정부는 또 국방개혁을 책임지는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에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지금껏 군 출신이 아닌 민간 인사가 임명된 적이 없다. 국방개혁을 서두르기 위한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많다.
홍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분과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일하는 등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자문 역할을 했다. 청와대가 장수만 차관 홀로 고군분투해 온 국방개혁 작전에 든든한 지원군을 보내는 셈이다.
육ㆍ해ㆍ공군사관학교의 통합 문제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올해 초 불거진 사관학교 통합 문제는 군의 부정적인 입장에 따라 가라앉는 듯했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사관학교 통합이 재차 추진되고 있다"며 "청와대가 효율성뿐 아니라 국방개혁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판단으로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다음달 사관학교 교육운영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청와대발 국방개혁의 성공 여부는 군의 반발이나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 벌써부터 군은 국방선진화위에 대해 순수 자문기구라는 해석을 강조한다.
'자문'이라는 성격 규정을 통해 애써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개혁 압력을 낮추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회가 이날 첫 회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방부가 위원회 추진 상황을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것도 군의 부담을 엿보게 한다.
국방부는 언론 보도를 통해 위원장 임명과 구성 등에 대해 알려진 뒤에야 이를 비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군 일각에서는 대학 교수를 국방개혁실장으로 발탁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피력하고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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