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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긴 병엔 효자 없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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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긴 병엔 효자 없다는데

입력
2009.12.2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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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5년 전 말기암 판정을 받고 6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암판정이 내려진 후 아버지와 자식 넷이 하루씩 병실을 지켰다. 하루 일을 마친 후 피곤한 몸으로 밤을 새우다 보니 졸거나 아예 잠들기 일쑤였다. 그렇게 피곤하게 잠이 든 자식들을 보면서 어머니는 깨우기 안쓰러워 아파도 참고, 화장실 가는 횟수도 줄이셨다. 보호자들도 새우잠을 자야 하니 아침에는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나자 어머니는 더 이상 지켜보기 힘드셨는지 간병인을 먼저 청하셨다. 병원에서 간병인을 소개받았지만 1주일 만에 그만두게 했다. 간병이 서툰데다 힘겨워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아버지가 주로 간병을 하셨고 자식들도 처음처럼 돌아가며 병실에 남았다. 서울 광주 전주 등으로 병원을 옮길 때마다 이부자리와 각종 세면도구, 식기 등이 한 짐씩 따라다녔다.

중증환자 간병은 그야말로 중노동이다. 상황이 언제 악화할지 모르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상상하기 힘든 일도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소중한 가족이 고통받고 있는데 그쯤이야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보호자들은 조금씩 지쳐간다. 주변에는 간병을 하다 병을 얻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현대 의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최첨단 병원시설이 들어서도 우리나라에서 간병은 대부분 가족이 맡는다. 가족이 간병을 하면 환자의 마음과 상태를 잘 읽을 수 있고, 환자도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부담은 만만치 않다. 가족이 입원하면 누군가 직장을 휴직하거나 아예 집안일을 포기한 채 간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6만원, 한달에 180만원의 간병료를 내면서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데 진료비보다 간병비가 더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환자 간병문제가 병원의 비싼 진료비와 함께 고질적인 민원거리가 된 건 당연하다.

이러한 해묵은 민생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년에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11년부터 보험도 적용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사업예산 100억원을 확보해 전국 17개 병원(102개 병실)에서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복지부는 2007년 노동부 예산으로 한양대병원 등 4개 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해 본 결과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으나 후속 예산이 없어 중단됐었다.

이 제도는 OECD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갈 길이 아직 멀다. 상임위에 올린 관련 예산 100억원이 통과됐으나 예결위원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모른다. 또 보호자 없는 병원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환자를 돌볼 간호사 확보가 급선무인데도 우리 현실은 열악하다. 2007년 12월 현재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가 OECD 국가 평균이 9.6명인데, 우리나라는 1.9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간병서비스 공급자 및 운영방식, 노동조건, 재원조달 방식 등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건강하셨을 때에도 늙어서 병들면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그게 어찌 당신 뜻대로 될 수 있겠나. 이제부터라도 긴 병에도 효자 노릇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어야 한다. 보건의료산업은 투자대비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고 하니 일석이조 아닌가.

최진환 정책사회부장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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