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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이 우울하다/ 미군기지 언제 떠나나… 떠난 뒤엔 좀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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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이 우울하다/ 미군기지 언제 떠나나… 떠난 뒤엔 좀 나아지려나…

입력
2009.12.2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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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캠프 케이시(Casey) 정문 앞.

10여 년 전만 해도 12월이 시작되면 쇼핑백을 든 미군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게를 기웃거리는 미군들 찾기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음식점과 휴대폰 가게, 미용실 등 영어 간판을 내건 수많은 가게는 주인들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상인은 "미군들 규모가 갈수록 줄고 있는데다, 지하철 1호선이 동두천까지 연장되면서 미군들이 이태원이나 홍대로 나가 쇼핑을 한다"며 "미군들을 상대로 한 장사는 끝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미군 기지가 이전한다는 말만 있었지 언제 가는지 정해지지 않아 답답하다"며 "설령 가더라도 동두천의 형편이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동두천이 뒤숭숭하다. 미군 기지 이전은 오래 전 확정됐지만 시기가 언제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미군들 씀씀이는 갈수록 줄고 있어 동두천 경제가 안으로 곪고 있다.

이전한다 해도 동두천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미군의 공백을 메울 대책도 막막하다. 미군들이 떠나도 걱정, 안 떠나도 걱정인 셈이다. 지난 60여 년 미군에 의존해오던 기형적인 경제구조가 동두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동두천의 캠프 캐슬(Castle)과 캠프 모빌(Mobile)은 당초 2008년 반환 예정이었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캠프 케이시와 호비는 한미 군 지도부가 2012년 이후에나 이전 계획을 협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평택미군기지 조성이 2012년에서 2015년 이후로 미뤄지면서 이마저 지연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오키나와 등 태평양지역 주둔 미군 등도 이용하고 있는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무건리 훈련장이 두 배 규모로 확장되고 있는 점을 들어, 케이시와 호비의 반환이 물 건너 갔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무건리에서 훈련하는 동안 군대가 주둔하기에는 위치 등을 봤을 때 케이시와 호비가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동두천에서 40년 이상 살았다는 권모(70)씨는 "미군 기지 이전 논의가 갈수록 안개 속에 쌓이면서 동두천 경제만 문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도 "이전논의만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동두천 상권은 이미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캠프 케이시 인근 거리에는 한때 옷 가게만 40여 곳에 달했지만, 지금은 4~5곳만 남았을 뿐이다.

동두천 시민들 대부분은 미군기지 이전을 바라고 있지만, 이전이 확정돼도 문제이다. 동두천 전체 인구의 17%인 1만5,000여명(3,600여 가구ㆍ2004년 기준)이 미군에 의지해 먹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방개혁 2020에 따른 군구조 개편이 경기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동두천의 지역경제는 미군 기지 이전시 외부자원 유입이 없으면 언제라도 붕괴될 수 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경기도가 지난 7월 미군기지 인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미군기지 이전 이후에도 계속 영업을 하겠다"는 응답은 26%인데 반해, "폐업을 하겠다"는 응답은 40%에 달했다.

시는 케이시와 호비 자리를 첨단산업단지나 관광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전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아직 구상 단계에 불과한 수준이다.

결국 미군기지가 언제 이전될 지도 불확실하고, 이전된다면 어떻게 개발될지에 대한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동두천 시민들의 한숨만 늘어가고 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사진=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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