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ㆍ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15년만에 잠정 합의한 것은 국내외 위기 상황에서 노사가 한발씩 양보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이 급속도로 재편되는 가운데 노조는 실질적인 복지 향상을, 사측은 '기본급 동결'이라는 명분을 챙겼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위기로 인해 현대차는 정상적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못했고 일부 라인의 근로자는 휴무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 노사는 지난 4월 임단협을 시작했다. 하지만 6월 임단협안을 놓고 노조 내부 갈등이 빚어져 집행부가 전격적으로 중도사퇴를 선언했다. 결국 노사협상은 새 집행부가 들어서기까지 5개월간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17일부터 임단협은 재개됐고 협상테이블에 다시 앉은 지 한 달여만인 21일 잠정합의안을 만들어냈다. 노사 모두 5개월간 중단된 임단협을 재개하면서 반드시 연내에 타결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회사는 임단협을 내년까지 끌어가며 노사협상에만 목을 매달 수 없었다. 노조측도 조합원들이 집행부 사퇴로 미뤄진 임단협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1994년 이영복 전 위원장 이후 15년 만에 들어선 합리 노선의 새 집행부의 영향도 컸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무조건적인 파업, 파업을 위한 파업보다는 조합원의 권익을 내세우며 끝까지 대화를 통한 교섭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올해는 임금뿐 아니라 단협안까지 다뤄야 했지만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었던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안(현행 주ㆍ야간 2교대제) 등을 내년으로 넘기면서 사실상 쟁점이 없었던 점은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노조가 과거 무분별한 분규를 지양하고 조합원 권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데서 올해 임단협 무파업은 의미가 있다. 특히 올해는 파업 전단계인 조합원 찬반투표도 없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은 냈지만 이는 협상기술로 던진 회사 압박용 카드였다.
국내 강성 노조의 대명사이던 현대차노조와 재계를 대표하는 현대차가 성사시킨 이번 합의는 다른 기업의 노사협상 문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파업보다 대화, 명분보다 실질임금 인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대해 윤여철 부회장은 "이번 합의는 노사가 상생을 이룬 것으로 한국 노사문화에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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