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이슬람 혁명의 주역에서 반정부 세력의 정신적 지도자로 파란만장한 삶을 이어온 이란의 최고성직자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가 87세의 일기로 숨졌다.
이란 관영통신 IRNA와 AFP통신 등 외신들은 그의 손자 나세르 몬타제리의 말을 인용, "그랜드 아야톨라(시아파 최고 성직자)가 20일 새벽 자택에서 수면을 취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몬타제리는 이슬람 혁명직후 최고 지도자에 오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에 이어 2인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88년 이슬람 예언자인 무하마드를 조롱하는 시를 발표한 영국인 살만 루시디를 죽이라는 호메이니의 지시를 공개 거부, 비판하면서 호메이니의 눈밖에 났고, 권력에서 밀려났다. 몬타제리는 '혁명은 폭력이 아닌 모범적 생활로 전파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는 호메이니를 비롯한 혁명 주역 성직자들의 뜻과는 배치됐기 때문이다.
특히 호메이니를 이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최고 지도자에 오르자 "하메네이는 이란을 통치할 자격이 못된다"라고 발언한 직후인 97년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이후 그는 자연스럽게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을 비롯한 개혁파의 정신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6월 대통령 선거부정 논란 이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최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통치자가 정당성을 위해 가져야 할 필수 조건은 국민의 지지와 만족"이라며 "종교 지도자는 조언자로서 봉사해야지, 모든 사안에 최종 심판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몬타제리의 지지자 수 천명이 21일로 예정된 그의 장례식 참석차 시아파 이슬람의 2대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콤'으로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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