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직 등 지음/ 지안 발행ㆍ536쪽ㆍ1만5,000원
우리가 일상에서 헌법을 읽을 일은 별로 없다.
고작 15분이면 헌법 조문을 다 읽을 수 있지만, 법학 전공자나 사법시험 준비자가 아니라면 먹고 사는 일과 별 상관 없어 보이는 헌법을 굳이 읽을 필요를 못 느낀다.
그러나 헌법은 나라의 얼개를 구성하는 설계도 같은 것이다. 개인이 어떤 권리를 누려야 하는지를 합의한 유일한 정전이다. 그러니 이제 한번 헌법을 제대로 읽어보자고 제안하는 책이 나왔다. 변호사 차병직 윤지영, 법철학자 윤재왕 박사가 쓴 <안녕 헌법> 이다. 안녕>
책은 헌법의 조문을 하나씩 나열하고 그 문언적 의미, 역사적 배경, 관련 사건, 법원 판례, 외국의 입법례, 조문에 바탕을 둔 법령 등을 살핀다. 그래서 책은 주석서로도, 에세이로도, 비평문으로도 읽힌다.
헌법 조문 중 그나마 널리 알려진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1조 1항이다. 책은 '대한민국은 나라 이름이고, 민주공화국은 국가의 성격과 정부의 운영 형태를 말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헌법의 시작을 반드시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며 '국가 이름과 성격으로 시작하면 왠지 국민보다 국가를 중시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119조 2항을 언급할 때는, 월 10%의 고리 이자를 내기로 하고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렸으면 약속대로 그 정도의 이자를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은 곧바로 '아니오'가 정답이라면서 헌법의 이 조항에 의거하면 돈을 빌린 사람이 사채업자에 비해 경제적 약자이므로 계약 내용에 상관없이 법정 이자만 내면 된다고 설명한다.
제목을 보면 이 책은 헌법에게 "안녕"하며 인사를 건네는 듯 하다. 그만큼 친근하게 헌법에 다가서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헌법이 안녕한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저자들은 문장과 내용이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워도 그대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헌법을 바람직한 삶의 규범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실현의 의지"라고 강조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