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조법 개정을 향한 발걸음은 분주하지만 연내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환노위는 정치권과 노동계, 경영계가 참여하는 다자협의체를 구성, 22일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문제는 참여하는 이해 당사자들의 견해 차가 현격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4대강 예산을 둘러싼 여야 대치도 걸림돌이다. 다자협의체의 합의안이 도출된다고 해도 국회 본회의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4일 발표된 한나라당 주도의 노사정 합의에 따르면 복수노조 허용은 2년 6개월 유예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6개월 유예하되 2010년 7월 1일부터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 제도) 도입키로 했다.
이후 8일 한나라당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타임오프제 적용 대상 업무에 '통상적인 노조 관리업무'가 추가됐다. 이는 노사정 합의에 참여한 한국노총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원하는 산하 노조의 반발에 부딪친 뒤 한국노총 출신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로비를 벌인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는 "'통상적인 노조 관리업무'라는 기준이 모호해 노조 전임자 무임금 원칙이 유명무실화할 우려가 있다"며 한나라당 개정안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또 한국노총은 한나라당 개정안 중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거나 이를 요구하는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조항의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에서 배제된 민주노총은 복수노조의 즉각적인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은 노사 자율에 맡길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법안이 처리될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재계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노노, 노사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환노위는 22일 다자협의체 논의와 함께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는 "다자협의체가 진행되더라도 시한이 촉박하고 직권상정도 사실상 어려워 현행법이 그대로 시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법 시행으로 노동계가 혼란에 빠질 경우 노사정 합의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개정안 처리를 지연시킨 책임을 민주당소속 추미애 위원장에게 돌릴 여지도 있다.
추 위원장이 지난주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을 취소하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수렴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렇다고 다자협의체를 통한 개정안이 연내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 위원장은 18일 민주노총과의 면담에서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만 고집한다면 헌법적 원칙에 따라 법안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도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고 여야가 당리당략적 태도를 버리고 논의에 임한다면 극적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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