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뉴 밀레니엄이 열린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새로운 세기이기 때문일까. 지난 10년 동안 세계질서는 요동쳤다. 주요 강대국의 정치에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세계를 이끌어왔던 흐름과 패러다임에도 거대한 변화가 진행됐다.
초강대국 미국은 올해 1월 건국 이후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을 뽑았다. 버락 오바마 정부출범은 220년간 이어온 백인의 정치지배에 종언을 고하고, 인종의 벽을 허문 세계사적 사건이다. 여전히 백인이 정치 주류이지만 오바마 대통령 취임은 미 정치의 다인종화를 앞당긴 큰 흐름이다.
'변화'를 앞세운 오바마 정부는 건강보험개혁으로 대표되는 서민정치, 조지 W 부시 전 정권의 힘의 외교와 차별되는 소프트 파워 및 스마트 외교로 국내외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는 올해 8월말 54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전후 일본정치를 지배해온 자민당 보수정권이 물러나고 상대적 진보세력인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 일본을 깨우고 있다.
양 강대국의 정치변동 저변에는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금융위기는 냉전이후 유일 슈퍼파워로 군림해온 미국의 지위를 크게 흔들었다.
미국식 시장경제의 불안정성과 신자유주의라는 이름 하에 구축된 세계화의 위험성이 그대로 노출돼 미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확산이라는 세계전략과 글로벌 경제중심으로서의 위상은 곳곳에서 도전 받는 처지에 놓였다. 달러가 유일하게 군림해온 기축통화의 다변화를 꾀하려는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경제력을 확장해온 중국은 일약 세계 주요2개국(G2)으로 부상, 미국의 라이벌이 됐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방문 당시 중국이 보여준 태도는 상징적이다. 세계현안에 협력을 요청하는 오마바 대통령을 빈손으로 떠나 보낸 중국의 자세는 오만하게 보일 정도다.
2차대전 패전 이후 외교ㆍ군사를 미국에 아웃소싱해 온(워싱턴 포스트) 일본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출범 이후 대등외교를 주창, 미국과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1일 발효된 리스본조약을 통해 정치통합을 가속화한 EU는 국제체제 다극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EU를 주도하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11일 베를린장벽 붕괴 2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은 국제기구에 권한을 넘기라"며 일방주의 폐기를 요구했다.
이러한 지각변동은 일극주의의 퇴조와 세계의 다극화 및 다자외교 시대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국가를 다른 국가 위에 올려놓는 세계질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 달 유엔연설은 이 같은 시대조류에 대한 인정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홀로서기 시도는 한국이 포함된 동북아의 향후 질서에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같은 세계의 변화는 진행형이다. 변화를 지향하는 오바마와 하토야마 행정부의 지지율이 개혁에 따른 진통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변화는 머지 않아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중국의 성장에도 정치변화 욕구와 양극화 갈등 등 성장통은 큰 변수다. EU 정치적 통합도 내부 역학에 따라 시간이 지연되거나 뜻밖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지만 21세기 첫 10년을 관통했던 변화의 흐름들이 앞으로 새로운 통념으로 자리잡는 다면 그 10년의 역할은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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