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한명숙(65) 전 국무총리가 세 차례 검찰의 출석 통보를 거부한 끝에 결국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18일 곽영욱(69ㆍ구속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공기업 사장 선임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발부받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곽 전 사장한테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임명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들어 있는 봉투 2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한 전 총리가 오전 9시까지 나와달라는 3차 출석통보에도 응하지 않자 검사와 수사관들을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으로 보내 낮 12시44분쯤 체포영장을 집행해 한 전 총리의 신병을 확보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를 상대로 곽 전 사장의 돈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으나, 한 전 총리가 묵비권을 행사해 별다른 진술을 받아내지 못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조사가 시작되자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내용은 모두 허위이며, 이런 허위조작 수사엔 일절 응할 수 없으므로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고 변호인이 전했다.
검찰은 이에 수감 중인 곽 전 사장을 데려와 대질신문을 3, 4시간 동안 시도했으나 한 전 총리가 전혀 응하지 않았다고 변호인은 밝혔다. 검찰은 이날 밤 늦게까지 한 전 총리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귀가 조치했으며, 다음 주 초쯤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지난 11일과 14일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모두 거부당하자 16일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한편, 당초 한 전 총리의 혐의는 2007년 초 한국남동발전 사장 인사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 내용은 시점과 내용이 상당 부분 달랐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범죄사실의 시점이 안 맞는 문제가 발생하자 허겁지겁 혐의내용을 수정한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검찰은 혐의사실을 (언론에) 확인해 준 사실 자체가 없으며, 변호인 측 주장은 오히려 그간 검찰이 피의사실을 유출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라고 반박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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