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국회 예결특위 점거 이틀째를 맞은 18일, 예결특위 회의장의 아침은 전날 밤샘 농성을 했던 야당 의원들의 기지개와 함께 시작됐다. 1년 여 전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강행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했던 풍경과 똑같았다.
전날 회의장에서 새우잠을 자며 자리를 지킨 사람은 이강래 원내대표, 우윤근 수석부대표, 이시종 예결위 간사, 주승용 백재현 홍영표 김영록 이윤석 의원이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등이 시려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산만했던 회의장 분위기는 오전 9시 무렵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 참석을 위해 속속 모여들면서 다시 대치 모드로 바뀌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오늘만 버티면 주말로 넘어가고 일요일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해 영수회담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 이후로는 전날의 대치상황이 판박이처럼 재연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비상대기 상태로 국회 주변에서 머물렀고, 민주당 의원들은 조를 나눠 돌아가며 예결위 회의장을 지켰다. 17분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예결위원장석을 차지하려는 실랑이도 되풀이됐다.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예결위원장과 예결위원 2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18분 회의장에 입장, 위원장석 탈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이시종 의원이 의총 도중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위원장석에 자리잡은 상태였고, 민주당 의원 20여명도 그 주변을 에워싸 엄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가벼운 몸싸움도 벌어졌다.
탈환에 실패한 심 위원장은 단상 밑에서 "계수소위 구성을 막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어 양당 의원간에도 "단상에서 빨리 내려와라" "영수회담부터 수용하라" 등 고성이 오갔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예정된 양당 원내대표 회담을 의식한 듯 더 이상의 충돌 없이 10시35분께 회의장을 빠져 나왔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 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회담에서 "계수조정 소위를 일단 가동시키고 4대강 예산문제는 원내대표 회담을 병행하면서 담판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4대강 문제 해결이 없는 상태에서 소위 구성은 하나마나 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회담에서 안 원내대표가 수자원공사 이자보전비 800억원 등의 사안에서 일부 양보를 시사한 것은 어느 정도 진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론 4대강 사업에 대한 인식 차이가 여전해 좀처럼 협상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모습이다. 퇴로 없이 물리적 충돌로 내몰리는 것도 1년 전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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