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색채의 연금술사 루오'전은 고요하면서 묵직하다. 거친 붓질과 검은 윤곽선, 두터운 질감 속에 드러나는 고개 숙인 예수와 슬픈 광대의 모습은 작가의 신앙심과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1871~1958)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 퐁피두센터가 소장한 루오 작품 1,000여 점 중 168점을 빌려온 것이다.
'미제레레' '그리스도의 얼굴' 등 루오의 대표작뿐 아니라 그의 사후에 유족들이 아틀리에에서 찾아 기증한 미완성작 70여점이 포함된 것이 이 전시의 특징이다. 특히 '서커스 소녀' '십자가의 그리스도' 등 14점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작가에게는 미완성으로 남았지만 완성작이라 해도 손색없는 것들이 적지않다. 그의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있다.
전시장 맨 앞에 걸린 '견습공'은 루오의 자화상이다. 이미 화가로 성공을 거둔 54세 때의 그림이지만, 루오의 눈은 어둡고 슬프다.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 그림이다.
다음으로는 루오가 가장 많이 그린 소재의 하나인 서커스를 만난다. 화려한 서커스의 이면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 루오는 무려 700여점이나 되는 서커스 그림을 그렸다. 두 명의 광대가 부상당한 광대를 부축한 채 어둠 속을 걷고 있는 '부상당한 광대'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고통받는 예수의 모습을 담은 58점의 판화 연작 '미제레레'는 관객들의 발길을 오래 붙들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루오의 후기작들은 폭발하듯 강렬한 색채와 입체에 가깝도록 두터워진 마티에르를 보여준다. 루오의 작품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기둥에 묶인 그리스도'가 전시장 마지막에 놓여있다. 내년 3월 28일까지, 관람료 8,000~1만2,000원. 1544-6399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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