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36)가 국내 최고 광고대행사이자 삼성 그룹의 광고 마케팅을 총괄하는 제일기획의 기획 업무까지 맡으며 활동 폭을 넓힌다.
디자인, 패션 등에 관심이 많은 이 전무가 제일모직을 뼈대로 패션, 마케팅 분야에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갈 것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하는 시발점이라는 평가이다.
제일기획은 20일 이 전무를 해외 시장 진출 및 조직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할 기획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제일모직 패션 부문 기획과 제일기획 기획 담당 업무를 함께 맡는다. 이 전무는 16일 이뤄진 제일모직 인사에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제일기획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이 전무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영국의 크리에이티브 회사인 BMB사를 인수한 데 이어 이달 초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디지털 광고회사 바바리안그룹(TBG)을 흡수하면서 세계 16위 광고회사로 떠올랐다.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이에 걸맞은 콘텐츠 개발 등 기획력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제일모직을 명품 브랜드로 키워낸 경험을 갖춘 이 전무 영입이 이뤄진 것.
서울예고를 나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 전무는 예술적 감각과 마케팅을 접목시킨 '빈폴 인터내셔널' 시리즈, 영화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을 등장시킨 갤럭시의 '피어스 브로스넌' 캠페인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전무의 제일기획 진출을 두고 재계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경영 능력을 펼쳐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언니 이부진 전무가 호텔신라에서 거둔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에버랜드의 경영전략실장을 겸임하며 두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키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재계에서는 이 전무의 오빠 이재용 부사장이 삼성전자 등 전자와 금융 계열사를 주축으로 삼성그룹의 기본 틀을 이끌며 후계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이건희 전 회장의 두 딸도 서비스 사업 부문(이부진 전무), 패션, 마케팅 부문(이서현 전무) 등 분야를 나눠 경영 승계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도 고 이병철 선대 회장으로부터 이 전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을 때 신세계를 이어 받으며 독립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