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 지음ㆍ양수현 옮김 / 씨네21북스 발행ㆍ236쪽ㆍ1만2,000원
기인과 천재는 한 족속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살아가는 일본의 세계적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니 칼이 목을 뚫어 죽어가는 순간에도 독설을 내뱉을 것 같은 남자다. <죽기 위해 사는 법> 은 그가 1994년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쓴 병상일기로, 그 냉소적 캐릭터가 재활의 의지를 다지는 다소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죽기>
삶과 죽음이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듯한 병원에서 펼쳐지는 다케시의 독특한 사유가 책의 줄기를 이룬다. 먹고 자는 지극히 일상적 행위에 대한 고찰부터, 보행 훈련을 하며 지구 중력과 신인류의 관계를 고민하는 '기타노 다케시다운' 사색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건강해지면 그 오토바이를 다시 타고 같은 곳을 달릴 것이다. 그곳의 커브를 돌지 않으면 진정으로 끝났다고 할 수 없다. 사고의 교훈이 있다면, 다음 번에는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커브를 돌 것, 그것뿐이다."(69쪽)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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