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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쌍용건설 리모델링 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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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쌍용건설 리모델링 사업부

입력
2009.12.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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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하면 집값도 오르는데 이왕에 손을 볼 것이라면 실내 인테리어를 고치는 수준인 리모델링보다는 깔끔하게 다시 짓는 재건축이 낫죠."

흔히들 재건축은 알아도 리모델링은 잘 모른다. 또 재건축은 기를 쓰고 하려고 하면서도 리모델링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낡은 주택을 헐고 새롭게 하는 건축사업으로 자주 비교되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의 본질적인 측면에선 궤를 같이 하지만 국내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는 사뭇 다르다. 2000년부터 국내에서 리모델링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겐 그리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아직도 리모델링 하면 '실내 인테리어 교체' 정도쯤으로 알고 있는 이들에게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 직원들이 살아있는 리모델링 이야기를 들려줬다.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하다

리모델링의 시작은 사업 대상지 선정을 위한 수주 영업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실 사업담당자들에게 리모델링 영업은 '난감'그 자체다. 직원들의 말을 빌어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맨땅에 헤딩'이다. 약속된 만남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이 가능한 단지를 임의로 파악해 상대방의 입장과 관계없이 먼저 사업제의를 하러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입주자대표 등 주민대표를 만나려면 아파트 관리사무소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어지간히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으면 잘 안되더라고요. 준비도 안된 상대방에게 불쑥 리모델링 이야기를 꺼내기도 창피한 것 같고…. 그래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를 정리하느라 30분 이상 단지 주변을 서성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신민수 과장의 말에 함께 있던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말을 이은 안한규 차장은 "그나마 보험영업이라면 퇴짜를 맞을 때 맞더라도 상대에게 설명하기라도 쉬울 텐데, 리모델링 영업이란 것은 재건축에 비해 이해도가 떨어져 설명도 어렵다"며 "또 대부분이 리모델링이라 하면 인테리어를 뜯어고치는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통에 수주는 고사하고 이해시키는데만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집에서도 안 하는 설거지도 기꺼이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주민 대표와의 만남은 보통은 1~2년, 길게는 3년 정도 설득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첫 단추는 그럭저럭 꿰진 셈이다.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이제 조합설립 조건을 갖추기 위한 본격적인 주민 동의 작업에 들어간다. 단독 제안으로 다른 건설사와의 경쟁이 없으면 그나마 다행. 하지만 건설사 브랜드가 아파트 프리미엄으로 직결되다 보니 대형 건설업체가 이곳 저곳 들어와 수주 경쟁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설계와 시공능력, 브랜드만이 수주의 희비를 갈라놓지는 못한다. 주민들의 한 표가 중요하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15명밖에 안 되는 적은 인력이라도 총동원된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1대1 대면 마케팅. 결국 집에서 안 해본 설거지나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도 현장에선 직원들 몫이 된다.

안 차장은 "낮에는 현장 일을 하고, 퇴근 후면 각 직원들이 맡은 수주 현장으로 흩어져 설거지든 분리수거든 조금이라도 더 주민들과 소통하고 회사를 각인시킬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며 "가끔은'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푸념들도 쏟아지지만 결국 발로 뛴 영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호양 대리는 "리모델링 수주전도 재건축 이상으로 치열하고, 가끔은 상호 비방 등으로 혼탁할 때도 있다"며 "그러나 힘들게 따낸 사업에는 그만큼 더 애착이 가고, 좋은 시공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도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인내심은 필수

말로는 짧게 설명되는 리모델링이지만 사업기간을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양영규 부장이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한 서울 방배동'방배 예가' 단지를 예를 들어 설명해줬다. 양 부장은"대리 때 수주해 차장 때 착공하고, 부장을 달고서야 준공을 했다"며 "주민 설득에만 3년이 걸릴 정도로 인내하고 꾸준한 공을 들여야 가능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이 본격화한 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단지 전체가 리모델링으로 준공된 곳이 아직까지 한 곳뿐이란 점은 많은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건축의 '슬로우푸드' 블루오션이 되다

수년간에 걸친 노력 끝에 시공사가 선정되면 이제부턴 리모델링의 마술이 시작된다. 없던 지하주차장도 생기고, 좁고 단순한 실내 구조는 넓고 공간 활용도가 높은 아파트로 변신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밀고 땅기는 설계기법에 따라 기존 면적보다 무려 30%나 늘어나는 '매직'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여기에 기존 골조를 남겨두고 새롭게 짓는 만큼 자원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환경친화적인 측면도 리모델링의 가치를 높여주는 대목이다.

이광만 차장은 "리모델링이 본격화 한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단지 전체가 리모델링으로 준공된 곳이 아직까지 한 곳뿐일 정도로 더딘 게 현실"이라며 "그러나 친환경ㆍ발효음식과 같은 슬로우푸드가 몸에 좋듯 리모델링도 음식에 비유하자면 슬로우푸드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양영규 부장은 "재건축과 재개발은 사업이 시작되면서 수 차례씩 손바뀜이 일어나고 조합원이 바뀌면서 원주민 정착률이 낮지만, 리모델링은 사업을 시작했던 주민들이 거의 그대로 다시 들어온다는 점에서 다른 사업과 비교해 정을 많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ㆍ재개발에 비해 발동이 늦게 걸리고 있지만 리모델링은 주택건설업계에 몇 안 되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파악한 전국의 리모델링 사업 가능 주택은 약 30만 가구. 금액으로 치면 약 45조원 규모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업계 관심도 높아진 만큼 관련법 정비도 이뤄지고 있다.

양 부장은 "2011년 상반기부터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최근 관련법이 강화됐다"며 "법 시행에 앞서 시공권을 확보하려는 업계 경쟁이 치열해져 내년에는 주요 건설업체들이 리모델링 부문을 강화하는 사업 전략을 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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