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장안면 독정리의 청우물산㈜ 작업장. 요란한 기계음 속에서 금형 작업을 하고 있는 직원들 가운데 새터민 김상열(32·가명)씨도 끼어 있었다.
김씨가 이 공장에서 실습을 시작한 것은 약 3개월 전. 2006년 5월 탈북한 김씨는 다른 직원들 못지 않게 자동선반과 밀링머신 등 대부분의 공작기계를 다루고 있다.
경기 시흥시 정왕동 시화산업단지 내 한양정공에서 한달째 실습 중인 박영철(35·가명)씨도 새터민이다. 북한 군대에서 12년을 보낸 박씨는 제대 직후인 지난해 3월 남쪽으로 내려왔다.
할 줄 아는 게 없어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마지막 길'이라는 생각에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약 1년간 컴퓨터응용밀링기능사와 기계조립기능사 등 자격증도 4개나 땄다. 박씨는 내년 3월 정식 직원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이런 박씨와 김씨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새터민이고, 남한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기술을 선택했다는 점이 같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둘 다 경기도기술학교 출신이란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처음 시도한 경기도기술학교의 새터민 대상 기술교육이 호응을 얻고 있다. 20일 도기술학교에 따르면 2009학년도에 새터민 대상 1년 과정과 6개월 과정을 수강한 새터민은 모두 30명이다.
이 중 12명은 아직 재학 중이고, 17명은 교육을 마친 뒤 현장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새터민들이 배운 기술은 기계, 전기, 용접, 컴퓨터 등 다양하다. 지난 9월 사고로 숨진 1명을 제외하면 새터민 교육 이수율은 100%에 달한다.
교육열이 높은 것은 수강생 교육비 전액 무료이고 기숙사를 갖추었으며, 매월 교육수당도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 1년짜리 장기교육이라는 것도 새터민에게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학교 자체의 취업률이 매년 90%를 넘을 정도로 취업에 유리한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박씨는 "새터민도 기술만 잘 익히면 남한에서 안정적인 삶이 가능할 것"이라며 "동료 새터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기술교육이 많이 알려졌고, 나도 주변에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기술학교는 첫해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 내년에도 새터민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진섭 교육운영팀장은 "경기도기술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한 광역지자체 직영 교육훈련기관"이라며 "공공기관으로서 새터민들이 새 인생의 설계도를 그릴 수 있도록 기술습득의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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