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에서 기습적인 한파와 폭설로 인해 최소 21명이 동사하고 도로와 공항이 폐쇄되는 등 심각한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20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경찰은 이날 일부 지역의 기온이 밤새 영하 20도로 떨어진 가운데 15명이 추위에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체코 경찰도 이날 한파로 인해 6명이 동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독일에선 세 번째로 큰 뒤셀도르프 국제공항이 눈보라로 인해 가시거리가 짧아지면서 전면 폐쇄됐다.
프랑스 파리에선 폭설과 결빙으로 인해 수만명의 여행객이 철도역과 도로, 공항등에서 발이 묶였다. 샤를 드골 국제공항 경우 항공편 40%가 결항됐다.
포르투갈에서 네덜란드까지 서유럽 전역에 걸친 도로와 철도가 막혔으며 런던, 브뤼셀, 파리에서 출발하는 항공편도 연발 사태를 빚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 속에서도 고속열차 '유로스타' 4편이 한파에 따른 고장으로 멈춰서, 승객 2,000여명이 16시간 동안 터널 안에 묶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18일 저녁 파리를 출발해 런던으로 향하던 유로스타 4편이 해저터널에서 멈춰 섰고, 승객 2,000여명이 임시기차로 구조되기까지 16시간 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번 사고는 채널 터널(Channel Tunnel)로 불리는 영불 해저터널이 1994년 개통된 이래 15년 만에 처음 발생했다. 해저터널을 이용하면 런던과 파리는 2시간 15분, 런던과 브뤼셀을 1시간 51분이면 도착한다.
사고 열차 승객이었던 리 갓프레이씨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기도, 물도, 음식도 없는 상황에서 유로스타 직원들과는 연락도 되지 않았다"며 "우리 스스로 비상문을 열어야 했고, 정말 정말 공황상태였다"고 말했다. 실제 4편 기차 가운데 2편은 난방과 조명까지 전부 꺼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로스타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으로 19, 20일 기차 운행을 대부분 취소했으며, 21일에도 정상운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18,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시 등 동부 지역에도 최대 60cm에 이르는 폭설이 내렸다. 이 일대에 내린 눈으로는 2003년 2월 27인치(69㎝) 이후 최고 강설량이다. 버지니아주와 워싱턴시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주요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되거나 아예 취소됐다.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지역에서는 우박까지 내려 6만여 세대의 전기공급이 끊겼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귀국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기상악화로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백악관까지 헬기 대신 전용차를 이용해야 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5명이 폭설피해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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