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 대행사) 도입 방안을 완전경쟁 체제인 '1공영 다민영' 안으로 내놓으면서 곳곳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1공영 다민영 체제로 갈 경우, 지상파방송의 방송광고 독과점 현상이 심화되고 종교, 지역방송 등 취약 매체를 비롯해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의 타격이 불가피해 여론 다양성 보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내년 신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등장을 앞두고는 '채널 연번제'(12번대 이하 지상파 채널 사이에 종편 채널을 배치하는 것)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와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경쟁" vs "독과점 심화"
1공영 다민영은 한 곳의 공사가 공익적 성격을 띠는 KBS EBS 등의 방송광고 판매 영업을 대행하게 하고, MBC SBS 등은 각각의 민영 미디어렙을 설립해 광고 판매 영업을 자율에 맡기도록 하는 방식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6일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1공영 다민영 체제 도입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국회와 방송업계 안팎에서는 자유경쟁 체제로 급격히 전환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MBC SBS 등이 독자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 영업에 나서게 되면 가뜩이나 국내 방송광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지상파방송사들의 독과점 체제가 더욱 심화되고, 전체 언론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회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갑자기 자유경쟁으로 가게 될 경우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은 물론 신문사들의 광고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제도 변화에 따른 매체별 광고비 영향분석'에 따르면 1공영 다민영 체제가 도입될 경우 전체 신문 광고시장 규모가 1년 후 28.1%(4,752억원), 2년 후 60.1%(1조 437억원) 감소하는 등 인쇄매체가 심각하게 피해를 떠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방통위의 의견과 미디어렙과 관련한 여러 입법안들을 병합 심사한 뒤 연내에 법안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다.
'종편 특혜' 논란 가열
박천일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최근 국회 언론발전연구회 주최로 열린 종편 관련 토론회에서 "지상파방송의 채널 번호를 주변부로 돌려 기득권을 없애야 한다"며 "지상파방송 4개 채널을 3번, 15번 등 주변 번호로 옮겨 낮은 채널대의 활용도를 넓히고, 그 사이사이에 종편 채널과 홈쇼핑 채널을 배치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 교수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언론 분야 정책자문역으로 활동했고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냈다.
역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방송특보를 지낸 김인규 KBS 사장은 최근 언론사 문화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신규 사업자를 지원하는 것은 케이블방송 출범 당시에도 그랬다"며 박 교수의 주장에 동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종편 출범과 관련해 "세제 지원, 채널 지정 문제 등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해 '종편 특혜' 논란을 촉발시켰다. 또 종편이 미디어렙을 통하지 않고 직접 광고 영업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풀어주는 방통위 안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는 등 종편 지원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케이블방송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렙 도입 방식과 종편 사업자 수, 지원책 등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방송사와 신문사들 간에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어떻게 결정이 나든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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