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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조법 조속히 법제화를

입력
2009.12.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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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4일 노사정이 각고 끝에 마련한 노조법 개정 합의안이 정치권의 갈등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전투적 노사문화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음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법 개정이 되지 않아 지난 13년간 녹이 날 때로 난 이 제도를 열흘 후부터 시행하면 엄청난 부작용이 초래될 게 명약관화하다.

노사정은 이를 고려해 복수노조 허용은 2년6개월을 유예하고, 노조 전임임금 지급금지는 내년 6월 말까지 시행을 유예하되 내년 7월 1일부터는 타임오프제(time-offㆍ근로시간 면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타임오프제의 운용방안을 노동부가 내년 4월까지 시행령에 마련키로 하고, 내년 2월 중 타임오프제 상한선도 마련하기로 하였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현행 노사문화를 선진화하는데 큰 일보를 내딛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노사정 합의 내용이 한나라당 개정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되자, 경제계는 노동계에 유리하게 되었다고 반발하고 나섰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야4당은 이 개정안을 한국노총-경총-노동부-한나라당이 합의한 '노조 말살 야합'으로 규정하고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법 개정을 위한 '다자협의체'를 다시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하면서 법 개정은 다시 혼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 안의 주요 내용은 첫째, 복수노조와 관련해 노조 난립에 따른 사측의 교섭비용 증가를 예방하기 위해 '과반수대표제'를 채택했다. 둘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금지하되 '통상적 노조 관리 업무 및 노사교섭ㆍ산업안전ㆍ고충처리' 등은 유급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는 합의내용에 없던 것으로, 노동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셋째로 '노조 업무 종사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한도나 범위를 초과해 임금지급을 사용자에게 요구하거나 사용자로부터 제공받아서는 안 된다'며 위반 시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을 신설했는데, 이것도 당초 노사정 합의문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 가운데 쟁점이 되는 것은 통상적 노조관리와 처벌 규정이다. 그러나 통상적 노조관리 문제는 시행령을 규정하면서 총량규제를 하면 되고, 처벌 규정은 노조전임 임금 지급금지 규정의 사문화를 막는 당연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노사정 합의정신에서 벗어났다고 하나, 따지고 보면 노동계와 재계 모두에게 공평하게 하나씩 선물을 준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노동관계법은 여야와 민주노총ㆍ한국노총, 경영계가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단일안을 만들어 상정 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또 우리의 노사문화를 감안하면 시간이 많아도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다자협의체와 환노위 심사가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하고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이 전면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노조법 개정은 위정자들이 인기영합주의와 결탁해 빚은 잘못된 노사문화를 바로 잡는 국가적 사업이다. 어떤 방안이든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을 통해서라도 노사문화의 개선은 국가경쟁력 제고차원에서 반드시 실현해야 할 당면 과제이며, 국회의 책무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노사는 물론이고 정부, 정치권 모두가 한발씩 양보해 노사관계 선진화의 원년이 되는 새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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