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과 창원 LG의 시즌 4차전이 열린 2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두 팀의 특수한 라이벌 관계로 인해 경기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두 팀은 올시즌 홈-원정에 상관없이 삼성은 파란색, LG는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이른바 ‘색깔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명승부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경기 양상은 3쿼터 초반 삼성 테렌스 레더에게 납득하기 힘든 판정이 잇달아 내려지면서 급격히 변질되고 말았다. 레더의 슛동작에서 발생된 여러 번의 신체접촉에도 심판의 휘슬은 침묵했다. 반면 혼전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레더의 파울이 선언되며 3쿼터 5분께 결국 삼성 벤치는 레더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 5,600여명의 구름관중이 모인 경기장은 야유로 가득 찼다. 항의와 고성이 오가는 코트에는 물병이 날아들었다. 레더가 빠지면서 삼성의 조직력은 흔들렸다. 3쿼터 1분을 남기고는 기승호와 문태영에게 연속 점수를 내주며 49-65, 16점차 리드를 허용했다.
삼성은 경기 막판 무서운 추격전을 펼치며 점수차를 6점까지 좁혔다. 그러나 전면 압박수비를 펼치는 과정에서 LG 기승호(21점 4리바운드)에게만 6점을 허용하며 결국 83-90으로 패했다. 3연패에 빠진 6위 삼성은 간신히 5할 승률(13승13패)을 유지하는 신세가 됐다. 5위 LG는 16승12패가 돼 삼성과의 승차를 2경기로 벌리며 상위권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 원로 농구인은 “레더 죽이기의 끝을 보여준 경기였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많이 답답할 뿐”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원정경기 승리를 이끈 LG 선수들 역시 찜찜하기는 마찬가지. 심판진의 매끄럽지 못한 경기 진행으로 인해 휴일 라이벌전 명승부는 퇴색되고 말았다.
한편 선두 울산 모비스는 원주 원정경기에서 홈팀 동부를 72-69로 꺾고 원정 12연승과 함께 가장 먼저 20승 고지에 올랐다. 대구 오리온스는 안양 KT&G를 72-66으로 꺾었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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