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반대쪽, 아프리카의 최남단 국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다녀왔다. 서울을 출발해 런던, 아부다비를 거쳐 남반구로 가는 먼 길이었다.
미스코리아 진 김주리(21)가 남아공의 수도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59회 미스 월드 선발대회에 참가한 뒤 환한 얼굴로 돌아왔다. 미스 월드 2009는 전세계 112개국의 미녀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2일 요하네스버그의 갤러거(Gallagher) 컨벤션 센터에서 최종 결선을 치렀다. 왕관은 미스 지브롤터 카이엔 앨도리노가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퍼시픽 지역상과 미스 월드 탤런트 3위를 차지한 그는 18일 "평생 잊지 못할 값진 경험을 했고, 2010년 크로아티아에서 벌어지는 미스 유니버스를 알차게 준비할 수 있는 많은 정보도 얻었다"고 말했다.
김주리는 톱 16을 발표하기 직전 '아리랑'에 맞춰 한복의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아름다운 춤사위를 선보여 전세계에 다시 한 번 코리아를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 무용 공연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려움은 없었나.
"원래 녹화를 해서 영상으로 보여줄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계획을 바꿔 직접 무대에서 춤을 추기로 했는데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 애를 먹었어요. 결선 전날 리허설할 때 몇 번 미끄러졌는데 당일에는 한 번 삐끗하는 순간은 있었지만 무사히 잘 넘어갔어요."
- 다른 나라 미녀들도 무대에서 춤을 추고 싶었을 것이다. 어떻게 공연자로 뽑혔나.
"참가자 112명이 모두 자기 나라의 전통 의상을 선보이는데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그 중 6명에게만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줬어요. 그 행운이 저에게 돌아왔고, 결선 당일 단독 공연까지 이어졌어요. 제가 춤을 추는 동안 TV 자막에 계속 KOREA가 떠 있었어요."
김주리는 볼쇼이 발레학교 출신이다. 천부적인 소질과 후천적인 노력으로 촉망 받는 발레리나로 성장하다 지금은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
미스 월드는 겉으로 드러난 외모만으로 선발하지 않는다. 결선에 앞서 '미스 월드 탤런트', '미스 월드 스포츠우먼', '미스 월드 톱 모델', '미스 월드 비치 뷰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의 장단점을 조목조목 파악한다. 올해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조 추첨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모았고, 미스 월드 참가자들도 관련 행사에 동참했다.
-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미스 월드 스포츠우먼이에요. 제가 속해 있던 펭귄조가 1등을 했거든요. 달리기와 승부차기, 장애물 경주 등을 했어요. 저도 대표선수가 됐어요. 제 룸메이트였던 미스 재팬 에루자 사사키는 개인전 1등을 했구요. 사사키는 높이뛰기 선수였데요."
- 이번 대회 기간 동안 많은 친구들을 만난 것이 무엇보다 기쁜 일이라고 했는데, 가깝게 지낸 친구를 꼽는다면.
"미스 월드가 된 미스 지브롤터도 저와 같은 펭귄조였어요. 모두 28명이 한 조였는데 참 단합이 잘 됐어요. 미스 지브롤터, 미스 라트비아, 미스 프랑스, 미스 그루지아와 특히 친했어요."
- 미스 월드는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결선을 준비한다. 기억에 남는 곳은.
"요하네스버그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레전드 골프 & 리조트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명소로 남을 것 같아요. 난생 처음 헬리콥터를 타고 절벽 위로 올라가, 그곳에 만들어 놓은 티 그라운드에서 공을 쳐봤어요. 너무 특별한 추억이었어요."
레전드(Legend) 골프 & 사파리에는 '익스트림 19번홀 즐기기'란 프로그램이 있다. 세계적인 골퍼 15명이 각자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각 홀을 디자인했고, 여기에다 절벽 위에서 발 아래 보이는 페어웨이를 향해 티샷을 할 수 있는 19번홀을 추가했다.
김주리는 이곳에서 미스 남아공 테이텀 케사르, 미스 콜롬비아 다니에라 라린데, 미스 스코트랜드 캐서린 브라운과 함께 라운딩했다. 골프 선수 출신인 다니에라는 '익스트림 19홀'에서 보기 플레이를 한 최초의 여성이란 기록을 남겼다.
레전드 골프장의 18홀은 최경주가 디자인한 코스였다. 김주리는 너무 기분이 좋아 이곳에서 기념 촬영도 했다.
- 내년 유니버스는 어떻게 준비할 예정인가.
"유니버스는 미스 월드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미스 월드가 차분한 대회라면 유니버스는 경쟁이 무척 심한 대회라고 하더군요. 대회 성격에 맞춰 철저하게 준비할 생각이에요."
김주리는 남아프리카 사람들의 환대를 잊지 못한다. 처음 도착하는 날 민속 공연을 펼치며 환영해주던 사람들, 거리 축제를 함께 한 순박한 얼굴들이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각자 자기 나라로 돌아간 친구들은 더욱 보고 싶을 것이다.
글=이창호 기자 chang@sportshankook.co.kr
사진=김지곤기자 jg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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