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예산안 처리시한을 넘긴지 18일째인 20일 오후3시30분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는 민주당 의원 10여명이 나흘째 점거 농성을 이어갔다. 지난 10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부터 당 정책위의장, 고희를 앞둔 재선 의원까지 10여명이 한나라당의 공성(攻城)에 대비해 회의장 곳곳에 진을 쳤다.
의원들은 책과 신문을 보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속기석 주변엔 등산용 침낭 등 '농성 준비물'이 깔렸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가 전날 장염증세로 링거 신세를 지는 등 부상병도 나왔다. 오후 3시께 한나라당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온다는 미확인 첩보가 나돌자 이강래 원내대표 등이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순간 전운이 깔렸다.
같은 시간 한나라당 예결위 소속 의원들은 국회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실에 모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점거 중인 예결위 바로 아래층이다.
이들은 행안, 외통, 국방위 소관 예산안을 자체 심의했다. 전날 법사, 정무, 기재위에 이어 이틀 연속 독자적으로 예산안 심의에 들어간 것이다. 대신 사흘째 이어졌던 예결위 진입 시도는 접었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독자 심사는 민주당의 계수조정 소위 참여를 압박하는 동시에 준예산 편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여야는 이날도 계수조정 소위 구성에 실패, 1964년 계수조정 소위 제도 시행 이후 최장 지각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날치기 수순 밟기"라며 반발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예산안을 밀실에서 자의적으로 수정하는 것은 반민주적 폭거로 당운을 걸고 예산안 불법처리를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어록'을 인용하며 예결위 점거를 비판했다. "2004년 당시 정세균 예결위원장은 '예산안 통과를 막는 것은 나라의 일을 멈추게 하는 범죄행위'라고 말했다"(조윤선 대변인)며 당시를 상기시킨 것.
앞서 여야는 주말인 19일에도 단상 쟁탈전을 이어갔다. 거친 몸싸움까진 없었지만 "1년 전 해머로 국회를 때려 부순 사람들이 국회를 마비시킬 수 있는가"(심재철 예결위원장), "국토위에서도 한나라당이 4대강 예산 날치기를 했는데 두 번 당할 수 없다"(이시종 민주당 예결위 간사) 등의 설전이 이어졌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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