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의 상처를 딛고 경제 발전과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시작했던 밀레니엄. 불행하게도 첫 10년의 가장 두드러진 경제적 결과는 양극화 심화였다. 부자는 더 부유해진 반면,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다. 대신 경제의 중추인 중산층은 허약해졌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해결 없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의 '양 극단화'는 각종 통계로도 확인된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 2003년 0.292 수준이던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지난해 0.31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빈곤층이 대거 양산됐던 1998년 0.314보다 높은 수준이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통계가 시작된 2005년 8.31에서 지난해 8.67까지 벌어졌다.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8.67배 더 번다는 얘기다. 반면, 97년 51.5%이던 소득수준 기준 중산층 비중은 2007년 43.7%로 10년 사이 7.8%포인트나 줄었다. 같은 기간 19.9%에서 26.3%로 크게 늘어난 저소득층으로 흡수된 것이다.
도대체 10년간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이토록 양극화가 심화된 걸까. 우선 3차례의 버블, 즉 IT버블(2000년), 카드버블(2003년), 부동산버블(2005~2006년)을 잇따라 거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곤층이 양산된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구조적인 배경에 주목한다. 대외적으로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물결과 중국 저임금경제의 부상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고용불안을 야기했다. 외환위기 후 '노동 유연성'을 표방하며 강요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수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이들은 거대 저소득층을 형성했다. 또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산 저가품 공세의 직접 충격을 받으면서 기술 우위를 갖추지 못한 저임금 노동력 산업이 설 자리를 잃어 버렸다.
대내적으로는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가 양극화 심화의 주범이 됐다. 상위 10% 계층이 전체 부동산의 40% 이상을 가진 구조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부동산 가격 급등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으로 중소기업ㆍ자영업 등이 뒤쳐지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되는 것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년의 구조가 지속되는 한, 성장률은 높아져도 대다수 서민의 생활수준은 낮아지는 괴리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흡수적 성장 정책 등을 통해 경제성장과 분배가 함께 고려되는 '공동체적' 성장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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