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우주센터 완공, 나로호 절반의 성공'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한 올해 과학기술 10대 뉴스 1위에 올랐다. 아쉬움이 남는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대한민국 우주개발사에 영원히 기록될 중대한 사건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나로우주센터 완공과 나로호 1차 발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우주개발 기술 자립을 향한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국 첫 우주인 탄생'이 국내 과학기술 10대 뉴스 1위를 차지했었다. 필자뿐만 아니라 우주개발 분야에 몸담아 온 사람이라면 선진국보다 40년 정도 늦게 시작한 우리의 우주 개발이 과학기술계의 주요 뉴스거리가 됐다는 사실이 새삼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이 드디어 본격 궤도에 올라서게 되었고 국민의 관심도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주 개발이 과학기술계만의 화제였던 것은 아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9년 10대 과학기술 성과에는 달에서의 물 발견이 선정됐고, 태양을 닮은 별과 이를 공전하는 행성 발견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화성 착륙선 피닉스가 화성 극지방에서 얼음 형태의 물을 발견한 일과 중국의 첫 우주 유영이 세계 과학기술계 뉴스를 장식했다.
여러 동향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우주개발 관련 뉴스는 세계 과학기술 10대 뉴스에 해마다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우주 강대국들의 달과 화성으로 이어지는 유ㆍ무인 우주탐사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21년이면 달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더욱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다른 과학기술 분야의 주요 화제 거리 또한 우주개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과학기술 분야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의료, 바이오, 나노기술 분야의 성과들은 우주 개발과 상관없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과학자들이 달에서 물을 찾고, 우주 생명을 탐구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지구상의 생명체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우주선진국들이 1,0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여 세운 국제 우주정거장은 우주공간에 세워진 과학실험실이다. 이곳에서 생물, 의학, 재료, 물리 등 여러 과학실험이 진행되고 그 결과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활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악조건이 많은 우주공간에서 이러한 실험을 하는 것일까?
인간의 대뇌가 갑자기 커진 것은 빙하기가 시작될 무렵인 250만 년 전의 일이었다고 한다. 빙하기라는 혹독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손을 이용하고 언어와 계산 능력을 발달시키고, 발명과 협동을 통해 극한상황을 이겨내야 했기 때문이다. 가혹한 환경조건을 극복해야만 하는 우주 개발을 통해 인류의 미래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발명과 발견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제 우주정거장에서의 과학실험에 동참하는 등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우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기술과 예산, 인력 등 여러 제한적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극한상황에서 최첨단 과학기술이 탄생하듯이 도전적 환경에서 더 큰 발전과 도약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2010년 우리나라 우주 개발 일정에는 통신해양기상 위성 발사, 나로호 2차 발사, 다목적 실용위성5호 발사 등 굵직한 행사들이 연이어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년에도 우주 분야가 과학기술 10대 뉴스 1위를 장식하기를 바란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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