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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기후협약 총회, "美 中 외 120개국 정상은 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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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기후협약 총회, "美 中 외 120개국 정상은 들러리"

입력
2009.12.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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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중국 정상만 만나지 무엇 때문에 120개국 정상을 불러 모았나."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의 하이라이트인 정상회담 진행방식을 놓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20개국 정상이 모두 만나 실제로 의제를 논의한 것은 17일 오찬이 사실상 전부였다고 독일DPA통신이 20일 보도했다.

17일 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웨덴이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 해소 명목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EU 주요국, 호주, 아프리카 대표, 도서(島嶼)국 대표 등 30개 주요 당사국 회의 소집을 요구하면서부터 '뺄셈 회의'가 시작됐다.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회의에 뒤늦게 도착한 후에는 미국과 중국의 양자 정상회담이 이어졌고, 18일 밤 의견접근에 실패한 양국 정상은 브라질과 인도, 남아공을 들러리로 세운 5자 회의를 열어 코펜하겐 협정 초안을 만들었다.

그 동안 나머지 100여개국 정상은 12시간 이상 무료하게 대기하며 백악관 직원이 간간히 흘리는 회의진행 상황에 귀를 세우는 게 전부였다.

DPA는 "120명이 정상회의에 초대됐는데 그 중 30명이 모여 앉아 회담하고, 단 두 명이 중요한 결정을 했다"며 "미국과 중국이 합창단을 지휘하고, 주요 독주는 한 무리의 신·구 강대국들이 맡고, 나머지 나라들은 후렴구를 따라 부르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한편 영국 로이터통신은 "인구가 1만2,000명에 불과한 투발루와 미국이 뒤섞여 만장일치를 이뤄야 하는 유엔의 결정 방식이 이번 회의의 합의를 무산시킬 뻔 했다"며 모든 나라가 한 표씩 행사하는 유엔 식 합의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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