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대치해온 여야가 벼랑끝 접점 찾기에 나서고 있어 막판 타협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여야는 29~31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데 이어 22일 새해 예산안이 연내에 처리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는 이에 따라 23일 '양당 원내대표+양당 예산∙정책 관계자'가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열어 4대강 예산에 관한 절충점을 모색할 예정이다. 여야는 4대강 사업 예산을 일부 삭감해 타협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각각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가 이처럼 예산 협상 재개에 나선 것은 예산안 연내 처리가 무산돼 준예산이 편성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맞을 경우 엄청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책을 범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만일 준예산이 편성되면 여야 모두 예산심의권이라는 본연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지적을 받게 되고 국회 무용론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협상이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조율을 거쳐야 하고, 민주당도 당내 강경파를 설득해야 하는 등 난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가 끝내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에는 일단 여당의 단독 처리 시도와 야당의 결사 저지 수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소속인 심재철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처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지금처럼 예결특위에 들어오지 않고 폭력적 상황이 지속되면 연말 마지막에 예산안을 독자 처리하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각 상임위는 예산부수법안을 24일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며 "반드시 어떤 방법으로든 처리해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번 원내대표 회동은 여야 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야 한다"며 "여당이 연말 본회의 일정을 예산안 날치기 계획으로 악용한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 19일부터 수정 예산안을 제출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자체 심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로 금주 말까지 여야 협상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음주 여당의 수정 예산안 제출과 예결위와 본회의에서의 예산안 강행 처리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김형오 국회의장이 30,31일쯤 예결위를 거치지 않은 수정 예산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단독 처리하는 풍경도 연출될 수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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