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 달러 수수 혐의의 사실 여부는 결국 법원이 가리게 됐다. 검찰은 한 전 총리를 8시간 동안 조사한 끝에 이번 주중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한 전 총리가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돈을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등의 진술과 정황 증거 등을 토대로 공소 유지에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한 전 총리는 향후 법원 재판이 자신의 무죄와 검찰의 짜맞추기ㆍ허위 조작 수사를 입증하는 과정이 될 거라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실체적 진실을 놓고 한 전 총리와 검찰이 각각 정치적 생명과 공권력의 명예를 걸고 벌이는 대회전에서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물증 없이 진술에만 의존해 진행된 검찰 수사는 일정 부분 한계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비록 수사 내용을 뒤집을 만한 근거는 내놓지 않고 있지만 조사를 받은 뒤"정치적 목적의 허위, 조작 수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목청을 더 높이고 있다.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국민조차 혼란과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수사 내용과 반박 내용의 불완전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한 전 총리의 유ㆍ무죄를 판단하면 어느 한 쪽은 그 결과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만큼은 명료해 보인다. 금품 수수가 사실로 드러나거나 유죄가 내려지면 한 전 총리는 "인생을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말로 국민과 지지 세력을 기만한 데 대해 사죄하고 거취를 정해야 한다. 무죄가 나오면 검찰은 법정관리 중인 회사 자금 89억원을 빼돌린 파렴치범인 곽씨의 진술만 믿고 전직 총리의 명예를 실추한 데 대해 사죄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한 정치인의 단순 금품수수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후 환골탈태를 다짐한 검찰과 새롭게 도약하려 하고 있는 친노 진영과의 정면 충돌이다. 충격과 논란 속에 진행된 수사인 만큼 법정 공방도 치열할 것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법원의 최종 결론에 사족을 다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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