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지음/이후 발행ㆍ428쪽ㆍ2만3,000원
갯벌은 쓸모없는 땅으로 치부됐다. 지난 한 세기, 사람들은 무람없이 바다를 막고 육지 흙을 퍼 날랐다. 그렇게 메워버린 갯벌이 지닌 무궁한 가치를 깨친 것은, 이미 한반도를 삼면으로 에워싼 대부분 갯벌이 마른 황무지로 변한 뒤의 일이었다. 이 책은 아직 숨을 쉬고 있는, 얼마 남지 않은 "거뭇하고 질퍽한 신비의 땅"에 대한 기록이다.
전남발전연구원에서 일하는 해양문화 연구자이자 사진작가인 저자 김준씨는 20년 가까운 시간을 갯벌에서 보냈다. 그도 처음에는 편견과 오만에 찬 눈으로 갯벌을 바라보는 '육짓것'에 불과했다. 갯벌에 코를 박고 살아온 갯사람들과 대화하며 물때를 가늠하고, 파래와 감태와 매생이를 구분할 때까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책엔 갯벌이 품고 있는 온갖 먹을거리와 그것에 기대 대를 이어 온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겼다. 노름하다 집안을 풍비박산 냈던 낙지잡이, 두 형을 염전일로 잃고도 소금밭을 떠나지 못하는 염부 형제의 막내 이야기 등이 페이지를 채운다. 경제적 효용이나 값싼 감상의 대상을 넘어, 삶의 터전으로 존재해 온 갯벌의 본래 면목이다.
저자는 "바다와 갯벌을 헤매는 동안 머리카락은 어느새 희끗해졌다. 줄곧 갯벌과 어민들에게 배우기만 했다. 이 책은 그들에게 바치는 나의 작은 수강료"라고 책머리에 적었다. 그것은 사람과 바다의 공존을 꿈꾸는 모든 "어리석은 육짓것"들이 미처 내지 못한 월사금이기도 하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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