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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김성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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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김성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입력
2009.12.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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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상위권 학생 가려내기 위해 수리 너무 어렵게 내는 일 없을 것"

우리나라 교육의 '블랙 홀'은 대학 입시이다. 초중고교의 교육이 대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 철저하게 맞춰져 있는 탓이다. 공(公)ㆍ사(私)교육도 따지고보면 대입시를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대입시가 온갖 교육 행위들을 빨아들이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지만, 입시의 방점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찍혀 있다고 봐야 한다.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수능은 동시에 학교와 지역의 학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도 한다. 수능 성적이 곧 '학력 계측기'인 것이다.

최근 교육계는 수능과 관련한 두 가지 사안으로 후끈 달아 올랐다. 지난달 12일 치러진 2010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가 발표된 이후 '쉬운 수능'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5년간의 수능 성적을 여러 변인들을 고려해 분석한 데이터는 학력 차이의 실상을 확인시켰다. 이런 '수능 이슈'를 잇따라 내놓은 기관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다. 교수 출신으로 평가전문가로 통하는 김성열 원장은 "수능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이 때론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쉬운 수능' 지적에 동의하나요.

"수긍할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적절한 난이도를 유지했다고 봐요. 영역별로 어려운 문제와 쉬운 문제를 섞어가면서 난이도를 맞췄다고 자신합니다."

-수험생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던데요.

"아마 수리 때문일 겁니다. 작년보다 쉽게 나오면서 표준점수가 많이 떨어졌어요. 수능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수리가 좌우하는 경향이 큽니다. 수험생들은 수리가 쉬우면 수능이 쉬웠고, 반대의 경우면 어려웠다고 단정해요. 수리를 제외한 과목은 작년 수준이거나, 외국어(영어)는 작년 보다 오히려 어려웠음이 확인됐습니다."

평가원 채점 결과, 올해 수리 '가'형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자 점수)은 142점으로 작년에 비해 12점 떨어졌다. 수리 '나'형도 16점 하락한 142점이었다. 언어의 표준점수 최고점도 작년 보다 6점 떨어졌다. 그만큼 쉬웠다는 뜻이다. 반면 외국어(영어)는 140점으로 지난해 보다 4점 올랐다.

-결국 수리 영역의 변별력 확보엔 실패한 것 아닌가요.

"작년 수리 시험이 워낙 어려웠어요. 작년과 비교하는 것은 사실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굳이 절대 난이도를 비교하자면 올해 수리는 2005ㆍ2006ㆍ2007학년도와 비슷했다고 볼 수 있어요. 난이도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 자평합니다. 수리의 변별력은 타깃을 누구에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전체의 1% 남짓한 최상위권 학생들을 가려내기 위해 수리를 작년처럼 지나치게 어렵게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에요. 올해 기준으로 63만명이 훨씬 넘는 수능 수험생 전체를 고려한 출제가 필요합니다."

올해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등 3개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표준점수 최고점자는 총 68명으로 집계됐다. 김 원장은 이와 관련, "최상위권 대학에서 반영하는 사회탐구나 과학탐구까지 고려한 4개 영역 동시 표준점수 최고점자는 없다"며 "이렇게 볼 때 올해 수능 난이도는 최상위권 변별에도 문제가 없는 적정 난이도"라고 말했다.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리 '나'형의 경우 1등급 비율이 기준 비율(4%)를 훨씬 초과했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봐요. 문항수가 적고 동점자가 많게 되면 1등급 비율이 기준 비율을 맞추지 못할 수밖에 없어요. 1등급 기준 비율이 4%가 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행운입니다. 하지만 1등급 비율이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고 해서 문제가 그만큼 쉬웠다고 단정하는 것은 옳은 해석이 아닙니다."

-내년 수능 수리는 어떻게 낼 계획인가요.

"수리를 너무 어렵게 내면 학생들의 고통이 크기 마련입니다. 학생들이 수리에 매달리게 되면 다른 과목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지요. 수리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할 겁니다. 바람직하지 않아요. 어렵게 내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적절히 난이도를 조절해 출제할 방침입니다."

-수능 변별력이 약화하면 대학 입장에선 우수 학생을 뽑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정시모집에서 수능은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임에 틀림없어요. 하지만 대학들은 다양한 전형 요소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능에 100% 의존하는 일은 없습니다.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주요 영역도 한 가지만 반영하는 게 아니라, 3개 영역을 적절히 조합시켜 전형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 실시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 수능만 보고 뽑지는 않아요. 성적 외에도 잠재력이나 재능 등을 골고루 평가합니다. 대학들은 대입 자율화에 맞춰 이미 확고한 자체 평가 틀을 갖췄다고 봐요."

-사회ㆍ과학탐구 영역 등 선택과목 유ㆍ불리 문제도 별로 개선되지 않았어요.

"탐구 영역은 선택 과목에 따라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가 생길수 밖에 없습니다. 선택과목 특성상 개별 과목의 난이도를 비슷하게 맞추는 건 불가능해요. 표준점수 최고점을 비슷하게 하는 게 무리입니다."

-해결 방법은 없나요.

"대학에 달려 있어요. 원래 선택형 수능은 대학에서 모집단위별로 응시과목을 지정하면, 수험생은 자기가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요구 과목을 선택해 응시토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게 문제이죠. 우리나라 입시 체제에서는 대학들이 아무 과목이나 응시해서 결과가 좋은 과목의 성적을 제출토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시험 내용과 응시자의 능력과 특성이 서로 다른 선택 과목간의 표준점수를 같게 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2005학년도 수능 이전에 있었던 공통사회나 공통과학 시험이 없기 때문에 공통 필수과목 점수를 이용한 점수 조정도 무리이죠. 따라서 대학들이 탐구 영역 반영 방식을 바꾸는 것 만이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본처럼 대학이 선택과목을 아예 지정하면 유ㆍ불리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겁니다."

-2005~2009학년도 5년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최근 내놓았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수능은 중등교육이 끝나는 시점에 여러 다양한 학문 영역을 테스트하는 대규모 평가 방식입니다. 다른 어떤 평가자료보다도 결과의 분석이 중요해요. 학교 및 지역 간 학력 차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요인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이번 수능 성적 분석 결과 발표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력 차이의 실태를 보여 줬으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요인이 무엇인지를 탐색해볼 수 있었습니다. 분석 결과는 학력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으로 믿고 있어요."

-예상대로 학교ㆍ지역간 학력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학생들의 학력 차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매우 다양합니다. 크게 보면 학생, 교사, 학교 및 지역 수준의 변수가 있고, 그 각각의 수준에서 또한 다양한 하위 변수들이 있다는 얘기라고나 할까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예를들어 학생 수준에서는 학생의 내적 동기, 수업 집중 시간, 학습 전략 등이 성적에 영향을 미칩디다. 교사의 경력, 교수 학습 활동의 차이 등 교사 수준 또한 변수로 볼 수 있어요. 학교 수준에서는 학교 자율성, 학업 중도포기자 비율, 교장의 리더십과 열의 등이 성적에 적지 않게 작용했어요. 지역 수준도 무시못합니다. 재정 자립도, 지역 내 대졸자 비율, 학원 수 등에 따라 학력차이가 존재한다는 의미지요. 물론 다른 변수들의 존재도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앞으로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고 봐요."

-부자 동네 학교의 수능 성적이 대체로 좋았습니다.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지역 여건과 학교별 수능 점수 향상률은 큰 연관성이 없는 걸로 확인됐기 때문이지요. 지역 여건이 좋은 곳의 학교가 수능 성적이 올랐지만, 지역 여건이 불리한 경우에도 높은 성적 향상률을 보인 학교도 존재했습니다. 따라서 어떤 요인들이 지역 및 학교 간 격차를 초래하고, 어떤 부분을 개선할 경우 지역 및 학교 간 격차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이른바 '학교 효과'가 단연 관심입니다. 잘 가르치는 학교와 못 가르치는 학교 간의 차이가 수능 성적에서는 어떤 결과로 표출됐나요.

"학교 간 성적 차이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매우 다양해요. 원인 도출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지요. 학교 간 성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원인이 반드시 잘 가르쳤거나 못 가르쳤기 때문만이 아니라 학생ㆍ지역 수준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지역 규모나 사교육 환경처럼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변수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으면서도 꾸준히 성적이 상승하고 있는 학교의 특성에서 정책적 시사점을 얻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능을 1년에 두 차례 치르는 등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습니다.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에 기반해 출제합니다. 따라서 금년 말에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마무리 되면 수능 체제도 개선하는게 맞아요. 교과목 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그리고 대입전형 자율화가 추진되면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확대되는 추세지요. 이러 부분도 수능체제 개선에 중요한 고려요소일 겁니다."

김 원장은 수능 체제 개선과 관련, 말을 아끼면서도 소신으로 읽혀지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한번의 시험으로 대학입학을 결정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지나친 위험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며'세컨 찬스'(2회 음?를 떠올렸다. 그는 이어 "프랑스식으로 수능을 졸업자격고사화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수능체제 개선과정에서 논의될 수 있는 주제들"이라고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확정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 체제 개선 방안 논의를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 김성열 원장 약력

▦1956년 제주생

▦서울대 교육학과 졸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인적자원부 교육정책자문위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 문화분과 자문위원

인터뷰=김진각 교육전문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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