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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이환욱 하사, 부친상 불구 유언 따라 '해적 퇴치' 임무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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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이환욱 하사, 부친상 불구 유언 따라 '해적 퇴치' 임무 수행

입력
2009.12.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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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도양 해상의 충무공이순신함. 해적 퇴치를 위해 소말리아 해역으로 향하던 청해부대 3진은 본국으로부터 통신문을 받았다. 음탐부사관으로 승선 중인 이환욱(21) 하사의 아버지가 13일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아버지 이성우(51)씨는 췌장암으로 작년 7월 휴직 후 투병생활을 해 왔다. 18년 간 해군 정비창 군무원으로 해군 무기를 돌봐 온 아버지, 해군사관학교에서 부대 내 행사용 꽃을 재배하는 어머니(강영자)의 얼굴이 이 하사 앞에 어른거렸다.

함장 김명성 대령은 즉각 귀국을 권했다. 하지만 이 하사는 "끝까지 남아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항명'했다. 부고와 함께 전해진 아버지의 유언 때문이었다.

"국가에서 부여한 임무를 수행 중인 환욱이에게는 사망 소식을 알리지 말고, 행여 알게 되더라도 공무가 더 중요하니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해라." 평소에도 "개인보다는 국가와 조직을 먼저 생각하라"고 당부하던 아버지였다.

근무하던 이순신함이 청해부대 3진 파병함정으로 결정되자 투병 중인 아버지를 염려해 배에서 내리려던 아들에게 "나랏일이 우선"이라며 나무랐던 그였다.

아버지가 이달 초 해군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던 영상편지는 아들이 듣는 마지막 육성이 됐다. "원래는 네 엄마를 더 사랑하는데 오늘은 너를 더 사랑한다고 해야 되겠지. (중략)아빠는 아빠 몸을 지킬 테니 아들은 걱정 말고 소말리아 해역을 지켜서 대한민국의 힘을 세계만방에 보여다오."

어머니는 아들이 속한 경남 진해의 부대에 남편의 사망 소식과 함께 유언을 알리면서 유언대로 아들에게는 전하지 않으려 했지만 부대에서 "도리가 아니다"며 유언과 영상편지를 청해부대에 보냈다.

해군 관계자는 "이 하사가 이순신함에 타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그의 아버지가 진짜 충무공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하사는 20일 전화통화에서 "마지막까지도 조국을 먼저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보여주신 아버지의 마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아버지의 유언대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겠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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