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한국 등 14개 중앙은행과 맺은 통화스와프 협정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선언인 셈이다.
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연준의 특별 유동성공급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내년 2월1일로 종료될 것"이라면서 "각국 중앙은행들과 맺은 통화스와프 협정도 내년 2월1일로 종료하기 위해 해당 중앙은행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후 극도의 신용 경색으로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회수하면서 글로벌 자금시장에 달러가 극도로 부족해지자 미 연준은 유럽 영국 일본 등 모두 14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어 달러를 공급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0월30일 연준과 300억달러까지 달러화를 공급받을 수 있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뒤 '달러 가뭄'에 시달리던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했다. 애초 6개월 시한으로 맺은 협정은 두 차례에 걸쳐 6개월, 3개월씩 연장됐으나 연준의 이번 발표에 따라 내년 2월1일로 종료되게 됐다.
이미 한은은 국내 외화유동성 사정이 개선되면서 시중은행에 대출해 줬던 외화를 지속적으로 회수해 왔다. 17일에도 만기가 돌아 온 잔액 4억5,000만달러를 예정대로 회수해, 지난해 12월4일부터 올해 1월22일까지 5차례에 걸쳐 공급한 163억5,000만달러를 모두 거둬들였다.
정부와 한은은 내년 2월1일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종료되더라도 외환시장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연준이 글로벌 달러 유동성 위기가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어서 긍정적이라고 해석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도 "전세계 자금 흐름상 유동성 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판단 아래 가장 비정상적인 조치였던 통화스와프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이는 한국에서도 외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도 "내년 2월1일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종료되지만 외환시장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국장은 "지난 주말에 연준과 논의에서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히고, "최근 '두바이 쇼크'가 불거지고 그리스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신용 우려가 제기됐는데도 연준이 통화스와프를 종료하기로 한 것은 이 문제가 또다른 달러 유동성 위기를 불러 올 정도로 큰 불안요인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3원이나 급등해 1,177.9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러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환율 급등이 통화스와프 종료 보다는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한편 FOMC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 수준(0~0.25%)으로 동결하고 '상당기간'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제로금리가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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