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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오! 여왕님이 즐긴 크리스마스 케이크 이번엔 내 입에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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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오! 여왕님이 즐긴 크리스마스 케이크 이번엔 내 입에 쏙~

입력
2009.12.18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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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한 번쯤 여왕을 꿈꾼다. 골치 아픈 1인자가 아니라 정성 어린 대접을 받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꿈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생일마저도 잊혀지기 일쑤니까…. 하지만 1년에 하루, 기회가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 올 크리스마스엔 여자여, 여왕이 되자. 유럽 여왕이 즐긴다는 음식을 차려 놓고 멋과 분위기에 한껏 취해 보는 거다. 당신은 소중하니까.

여왕이 사랑한 스폰지 케이크

1800년대 영국의 전성기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은 오후 티타임에 차와 함께 스폰지 케이크를 즐겼다. 영국 전통 스타일의 빅토리안스폰지케이크는 버터를 넣지 않은 보통 스폰지 케이크에 비해 단단하고 무겁다. 파운드 케이크에 가까울 정도다.

생크림과 초콜릿으로 화려하게 꾸미는 보통 스폰지 케이크와 달리 빅토리안스폰지케이크는 윗면에 솔솔 뿌린 설탕가루 말고는 특별한 장식도 없다. 빅토리아 시대엔 케이크에 들어간 설탕 과일잼 크림이 워낙 귀했기 때문에 별도의 장식이 없어도 그 자체가 위엄과 품위를 뜻했다. 2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영국인들은 여왕을 생각하며 크리스마스에 종종 스폰지 케이크를 먹는다.

유럽 상류층의 크리스마스 메뉴에 자주 등장하는 칠면조 구이는 미국에서 전해졌다. 내장을 꺼내고 겉에 오렌지잼을 바른 다음, 양파 감자 당근 같은 영국의 겨울 야채와 함께 오븐에 넣으면 그만. 꾸밈이 적고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미국식이라보다 영국식에 가깝다.

한국인이 설날에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여기는 것처럼 영국인은 크리스마스에 민스 파이를 먹어야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민스 파이를 만들 때도 반죽을 시계 방향으로만 저어야 액운을 피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아이가 있는 집에선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테이블에 우유 한 컵과 민스 파이 한 접시를 놓아둔다. 선물을 나르느라 피곤한 산타클로스를 위한 특별 선물이다.

많은 속국을 거느렸던 대영제국 사람들은 속국에서 가져온 다양한 식 재료를 섞어 코로네이션 샌드위치를 해 먹었다. 크리스마스 파티나 사교 모임에 모인 신사들은 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세계를 한 입에 넣는' 기분을 만끽했으리라. 영국 유기농 레스토랑 데일스포드오가닉(02_3479_1647, 381_2600)에서는 이탈리아식 빵 포카치아에 인도 향신료를 넣고 지중해권의 말린 과일과 닭 가슴살로 속을 채운 코로네이션치킨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

여왕이 반한 파이

프랑스에서 열렸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마음을 빼앗은 파이가 있다. 이름하여 밀페이로얄. 밀페이는 프랑스어로 1,000겹이라는 뜻이다. 바삭바삭한 여러 겹의 얇은 파이 사이에 부드러운 산딸기 크림과 커피 크림이 숨어 있다. 여왕을 위해 밀페이로얄을 직접 디자인한 정통 프랑스 베이커리 기욤의 에릭 오세르 파티시에는 "겹겹의 부서지는 식감과 크림의 달콤함이 입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생전에 가토오페라를 즐겨 먹었다. 아몬드가 많이 들어간 비스킷을 커피에 살짝 적시고, 역시 커피를 넣은 버터 크림, 커피, 초콜릿을 층층이 올린 케이크다. 윗면은 달콤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으로 세련되게 마무리했다. 베이커리 기욤(02_792_6701, 512_6701)은 크리스마스의 여왕을 꿈꾸는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밀페이로얄과 가토오페라를 선보이고 있다.

독일인들은 12월 초부터 전통 빵인 슈톨렌을 만들어 일요일마다 한 조각씩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모양은 옛 수도사들이 목덜미에서 어깨까지 걸쳤던 반원형의 가사(袈裟)를 본떴다는 설도 있고, 예수가 갓난아기 때 썼던 요람에서 따왔다는 얘기도 있다.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파네토네는 사랑의 힘으로 탄생한 빵이다. 15세기 밀라노의 한 귀족이 가난한 제빵사의 딸을 짝사랑했다. 귀족은 그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제빵사로 변장해 효모에 버터 계란 향신료 레몬 오렌지를 넣어 빵을 만들었는데 이게 지금의 파네토네로 전해졌다는 것이다. JW메리어트호텔서울의 델리숍(02_6282_6738)에 가면 슈톨렌과 파네토네를 직접 맛볼 수 있다.

■ 오븐만 있으면 집에서도 만들수있어요

여왕의 크리스마스 디저트도 집에서 할 수 있다. 빅토리안스폰지케이크는 비교적 간단하다. 버터와 설탕에 달걀을 조금씩 넣어 가며 잘 섞는다. 여기에 채에 거른 소금 밀가루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섞은 다음, 오븐에 넣어 약 30분 동안 굽는다. 크림 설탕 럼주를 섞어 만든 속을 케이크 사이에 펴 바르고 취향에 따라 맨 윗면에 설탕가루를 뿌리면 완성.

엘리자베스 여왕의 밀페이로얄은 조리법이 좀 복잡하다. 하지만 요리 초보에겐 여왕의 음식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 녹인 버터와 초콜릿에 달걀을 풀고 설탕과 밀가루, 간 호두를 넣은 뒤 섞는다. 얇게 펴 오븐에 10분간 구우면 비스킷이 된다. 또 밀가루 소금 물을 섞어 반죽하고 1시간 뒤 냉장고에 넣어 굳힌 다음, 오븐에 구워 파이(밀페이)를 만든다. 이제 여왕다운 디자인이 나올 차례. 비스킷을 바닥에 깔고 커피 크림을 물방울 모양으로 짜 얹는다. 그 위를 밀페이로 덮고 이번엔 산딸기 크림을 물방울 모양으로 짜 얹는다. 녹였다가 얇은 판 모양으로 굳힌 다크 초콜릿을 맨 위에 올린다.

임소형 기자 prec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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